인문공학
어제는 오후 이후로 하루를 통으로 놀아버렸다. 자체적으로 서류 마감일을 하루 더 당겨버린 셈이다. 아직도 빈칸이 한참 남은 서류를 보니 참으로 답답한 기분이 몰려온다. 오늘 이후로는 다시 소소한 일들이 있다. 파견사업을 위한 서류 준비를 간간이 하기도 해야 하고, 시간 증명을 위해 증빙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매번 잊어버린다. 그렇게 날려버린 날들이 꽤나 위험 수준으로 있어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가끔 격정적인 감정이 몰려오면 머리통이 멍해지는 기분이 든다. 몸이 이유를 모르게 조금씩 떨리기도 한다. 이런 기분이 그저 그렇다 수준인 게 아니라, 약간의 불안함과 함께하는 감정이라 그게 너무 불편하다. 왜 그런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서류를 생각해서 그런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저녁 늦게 먹는 약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주 적은 양의 신경안정제가 포함되어있다. 약을 오남용 하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조금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다. 이 불안을 참을 그릇이 되지 않으면 약을 생각할 수밖에 없겠구나. 아니, 애초에 이 불안을 느끼지 않을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 게 우선인가?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약을 오남용 하겠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래도 내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객관화와 위험 파악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래서 술도 안 먹고 (정확히는 못 먹고) 담배도 안 피우니까.
결론은, 자기 제어가 힘든 것 그 자체는 죄가 아니다. 아니라면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