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즈 커피
맑은 날 찾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비를 불평하려다가도, 내리지 못한 비로 고생하는 이들과, 또 기후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럼 비가 내리는 건 분명한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침 이 글을 적기 전에,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짧은 글을 보았다. 나는 역시 확정된 결말을 너무나 두려워하는 게 분명하다.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바꿀 수 있는 결말이라. 이런 말을 들으면 마치 나 하기 나름이라는 말처럼 들려 기분이 조금 묘하다. ‘너 하는 거 봐서'라는 말에서 시작되는 권력의 탄생과 비슷함을 느낀다고나 할까. 내가 하는 작업은 또 어떠려나. 내가 잘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언젠간 내 작업을 찾아볼 거라는 말, 결과물이 이렇게 나왔으니 다 뛰어난 작업물이고 나 역시 그렇다는 말. 물론 좋은 말이 분명하지만, 내 심성이 뒤틀려서인지 이 말에서 표리부동함이 있지는 않은지를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말해놓고, 사실은 내 작업의 부족한 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