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모씨 Jul 23. 2022

7월 3일

커피 플라자

 

 참으로 오랜만에 앞산에 왔다. 커피 플라자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들러서 에스프레소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작은 2인석에 앉았는데, 오늘은 몸이 파묻힐 것만 같은 소파 좌석에 앉아있다. 이렇게 있어도 되는 건가 싶지만, 대안은 딱히 없기 때문에 염치불구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한다.


 가져온 책을 빨리 읽어버리는 바람에 시간이 애매해졌다.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이 있던데, 그분들을 위해서 내가 자리를 비켜야 하나 싶은 마음이 살짝 든다. 이런 애매함이 늘 있다, 내가 누려야 할 것 이상의 무언가를 누려서 마음이 조금 불편해지는 기분 말이다. 혹자는 이를 보고 주고받는 것에 서툴러서 그런 것이라는 말을 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 혼자 앉아있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지도 않을까? 내가 다른 사람을 생각해보는 마음은 둘째 치고.


 근래에 타인을 위하는 마음과 나를 먼저 챙기는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인을 조금 더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이 말을 하고 보니, 얼마 전 내 자전거에 담배꽁초를 끼워두고 모른 체 하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자전거 주인이 없는 줄 알고 담배꽁초를 끼워두는 그 파렴치함이란. 그 아저씨는 내가 건너편 건물 위층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겠지.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담배꽁초를 던져버리고 아저씨를 강하게 노려보았지만 애써 눈치를 보며 시선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니 그게 참 우스워보였다.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늘리면 자신을 먼저 챙기는 사람은 그만큼 자기 파이를 더 챙겨가서 결국 그 총량은 0이 된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씁쓸하지만, 그래도 타인을 먼저 생각해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손해나 이득을 볼 걸 생각하며 행동하는 건 그다지 원치 않는 편이라.

작가의 이전글 7월 2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