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 커피
지독하게 피곤한 오후이다. 더 더울 것도 없는 날씨는 천장이 없음을 증명하려는 듯 38도라는 아주 멋진 온도를 기록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둘이 합쳐져,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나를 덮쳐온다.
따뜻한 커피를 안 마신 지가 상당히 오래되었다. 예전에 문득 그런 말을 들었는데, 해외 사람들은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따뜻한 라떼를 마시곤 했다며, 그래서 플랫화이트는 따뜻한 것만 있지 아이스 플랫 화이트라는 말은 난생처음 듣는다는 말을 하더라. 웃긴 건, 그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는 아이스커피를 참 잘 마신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 일화를 듣고 사대주의적 생각의 한심함을 얘기하고, 또 다른 사람은 한국만의 문화에 자부심을 갖기도 하더라. 이 상황에서 누가 더 옳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누가 나빴는지를 얘기하는 건 원치 않는다. 나는 그저 모든 상황에 맥락을 파악하는 것을 원할 뿐이다. 결국 맥락의 파악은 대화를 듣는 것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에.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펜을 잡고 글을 쓸 힘이 생기질 않아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있다. 손맛을 느끼는 건 늘 기분 좋은 일이긴 하지만, 속도 면에서는 스마트폰에 비기질 못하긴 한다. 꽤나 많은 작가분들도 이제는 노트북으로 글쓰기를 하는 것 같더라. 작가의 아날로그 주의적 태도를 얘기하는 건, 역시 맥락과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얘기일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바에서 커피를 내리고 슬러핑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생각해보니 이런 소리도 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