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연차를 며칠 붙여썼다. 일이 없는 시즌이라 휴가 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사실상 휴가나 다름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약 2주 정도의 긴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매일 전시회를 보러가고 밖으로 나가서 놀 계획이었다. 갈 곳들 목록도 정리하고 예약이 필요한 곳들은 예약도 해두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충분히 잘 놀고 있는데 오랜만의 긴 휴가를 이렇게 쓰기엔 조금 아깝다는... 전시회나 원데이 클래스같은건 주말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다 '외국어 공부를 하자'라는 조금 미친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도 새롭고 낯선 언어를 한번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ADHD약은 꼬박꼬박 잘 먹고 있는데...)
알다시피 외국어를 배우려면 초반에는 한계를 넘어서는(?) 집중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니까 이번같은 긴 휴가는 외국어를 배우기에 딱 좋은 기회였다.
그래서 새로운 취미생활로 외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초급책을 알파벳부터 공부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한권을 뗐다. 무슨 고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외국어에 중독되어 버렸는지 하루종일 공부를 하고있다.
지칠 땐 김민철 작가의 파리 여행기인 '무정형의 삶'을 읽으면서 작가와 함께 빵을 사고 오르세 미술관을 거닌다. 그리고 나도 외국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다시 외국어 공부. 다시 피곤해지면 파리로... 그렇게 휴가를 보내고 있다.
뭔가 어린아이처럼 말을 다시 배우는 느낌도 좋고, 언젠가 이 나라에 여행을 가서 이렇게 말해봐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느낌도 좋다.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한다는건 너무 힘들고 굳이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지금 보니 꽤 괜찮은 취미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젠가 그 나라에서 한달쯤 살아볼 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보면, 외국어와 함께 좀 커다란 꿈이 묵직하게 끌려나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