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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06. 2024

훌라, 속상하지만 괜찮아


어제의 훌라의 색은 보랏빛.


어제는 일이 있고 컨디션도 안좋아서 안갈까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몸치인 나에게 수업을 빠지는건 사치였다ㅜ 한번이라도 더 보고 배워야 남들 하는 반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으니까.


그래서 한시간쯤 늦었지만 꾸역꾸역 갔다. 결과적으로 가길 잘했다. 어려운 스텝을 배우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한명씩 봐주셨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어제 가장 좋았던건 반씩 그룹을 나눠서 번갈아 춤을 추고, 서로 상대방의 춤을 바라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춤을 췄는지 맞춰보는 시간이었다.


굉장히 부끄러울 수 있는데 하고 나니까 정말 좋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라 의미있었고, 나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소감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우리는 보통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는데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건 멋진 경험이었다. 좋았다.


사실 춤을 출 때 나는 부끄럽고 속상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자꾸 틀리고 서툴러서.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다는걸 어제 처음 느꼈다. 나도 정확하게 동작을 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더 많이들 웃으라고 이야기하면서, "틀려야 더 웃을텐데"라고.


그래, 훌라라는 춤 자체가 웃는게 가장 중요하니까 틀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속상하지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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