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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의 사회성

by 오렌지나무


직장에서 항상 걱정되었던게 사회성이었다. 스몰토크 할만한 거리도 전혀 없고(친구도 거의 없고 취미도 없어서), 같이 있으면 뭐라고 말을 붙여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직하고 이 문제로 한동안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만 바보같은 기분이었다. 업무적 능력도 부족하고 정신머리가 없어서 실수도 많이 하고 거기다 사회성도 없고... 바보 3종은 다 갖추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회성 문제는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였던 것 같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마음까진 모르겠다. 내가 아는건 내가 예전보다 대화가 좀 늘었다는 것, 조금씩 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느정도 친해질 수 있고, 친해지면 긴장감이 줄어들고, 그러면 내가 좀더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나를 나쁘게 보지 않아준 동료들이 고마운건 물론이다.) 그러다보면 조금은 사회성 있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약간 조용한 컨셉으로 받아들여지고 나니까 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도 낮아진 것 같았다. 나와 있을 때 좀 심심하고 오디오가 비는건 당연하다고 느끼게 됐다랄까.


사회성은 내가 해결해야 될, 나에게 내재된 어떤 결함은 아닌 것 같다. 남들과 비슷한데, 그냥 남들보다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오래 걸릴 뿐인게 아닐까.


계약직이니까 또 이직하게 되면 사회성 문제로 스트레스를 엄청 받을게 분명하지만, 이번 직장을 계기로 좀 배운 것 같다. 어쨌든 익숙해지고 친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걸.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나 자신을 바보같다고 생각할 필요까진 없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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