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도 출근한 나를 칭찬해

by 오렌지나무
출근하면서 본 하늘


나는 우울증 때문이든 ADHD 때문이든 남들이 하는 일의 30~70% 정도밖에 해내지 못한다. 그것도 자기비하를 오지게 하면서 끌려가듯 한다.


해야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 막판에 쫓기듯 하는 것도, 평소에 남들 자기계발할 시간에 무기력하게 유튜브 쇼츠만 보는 것도 한심하고 괴롭다.


그런데 나는 뭘 기준으로 나를 비난하는 걸까. 남들이 해낸다는 100%는 근거가 뭐지? 자기계발은 꼭 해야되나? 잘하고 열심히 하면 좋겠지만, 무기력하게 하루하루 버티듯 보낸다고 해서 한심하다고 비난할 수 있나? 시간을 낭비한다는 기준이 뭔데? 어디까지가 시간을 쓰는거고 어디서부터가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팩트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나는 매일 왕복 4시간 반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고, 하루 세끼 잘 챙겨먹고 있고, 아침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는다. 저녁엔 피곤한 몸으로 돌아와 샤워도 한다. 예쁜게 있으면 사진도 찍는다. 아주 가끔이지만 퇴근길에 브런치도 쓰고 어플로 외국어 공부도 한다. 유튜브로 갓생 사는 방법, 무기력에 대처하는 방법 영상도 찾아본다. 더디긴 하지만 학위논문도 쓰려고 노력한다. 겨울옷도 고르고 주말에 할 요리 레시피도 찾아본다. 틈틈이 난임병원도 다니고 있다.


많은 일을 하고있고 내 나름대로 잘 버티고 있다.


그런데 난 왜 나를 한심해하고 있는걸까.


괜찮아, 잘하고 있어, 고생많네.


나를 칭찬해주고 쓰담쓰담 해준다. 나를 비난하고 싶어하는 내 마음은 뭘까. 내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나를 공격하는 걸까.


근데 마음아, 나는 비난 말고 칭찬해줄 때 더 의욕이 생겨. 비난하면 더 움츠러들고 무기력해지거든? 내가 잘되길 바라면 더 많이 칭찬해줄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혼해도 혼자라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