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은 왜 우울할까

by 오렌지나무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산을 했고, 이후 6개월 정도 임신이 되지 않아 난임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부부 둘다 나이가 있어서 (40대) 빨리 시험관을 시작하는걸 권했다.


그렇게 난임 시술을 시작하니 난임 우울증이 어느새 내 손을 붙들고 있었다. "다시 너를 찾아냈어." 하는듯한 반가운 얼굴로.


이제 겨우 시험관 1차 동결을 마쳤을 뿐인데도 한바탕 난리를 겪고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쳤다.


난임은 왜 우울할까? 간절히 원하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시험관의 초입만 경험해봤을 뿐이지만, 난임 우울의 이유가 그렇게 단순한 것 같진 않다.


일단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건 끝이 보이지 않는, 그런데 입장료는 비싼 터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시험관을 시작하면서 기본 정보들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후기(블로그, 유튜브, 네이버 카페 등등)를 봤다. 시험관을 처음 하면 병원의 도움을 받는 만큼,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만큼 금방 아이가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지만 많은 경우 그건 착각이다.


몇 차수 안에 아이가 생겨서 난임 병원을 졸업하는 행운의 부부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원금 차수를 모두 마치고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유급되기도 한다. 이 시스템에서 아이는 생길수도 있고 안생길수도 있다. 지방의 소형 아파트 한채 값을 쓰고도 아이 없이 이 터널의 끝에 도달할 수도 있다.


그런 막막함이 가장 두렵고 불안하고 고통스러운 것 같다.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끝이 포기일지 아기일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얼마의 비용을 들이게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


그 다음으로 힘든건 내 몸이 수시로 찔리고 괴롭힘당한다는 것이다. 유산 직전에 대학병원에 2주 정도 입원했을 때도 몸의 고통이 많았다. 며칠에 한번 바꿔야 하는 링거 바늘(간호사들이 혈관을 못찾아 바꿀 때마다 두번 세번 찔리니까 나중엔 아파서 화가 났다), 새벽에도 깨워서 맞는 유산 방지 주사, 저녁에 맞는 주사...


과배란 주사들, 배란 방지 주사 등등 많은 주사도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매일 1~2대씩 찔리는게 괜찮은건 아니었다. 난자 채취 후에는 복수도 차고 배도 너무 아파서 며칠을 어기적어기적 걸으면서 출근했다. 책상에서 끙끙 앓고 있으니 주위에서 조퇴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난자채취 후 첫 생리는 눈물나게 아팠고 양도 너무 많아서 탈진된 상태로 겨우 버텼다. 출혈이 많아서 귀도 먹먹하고 허공을 걷는 것 같은, 몸에서 뭔가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쑥 빠져나가버린 느낌이었다.


채취 후 첫 생리에 경험한 감정기복은 상상 이상이었다. 절벽에서 추락하는 것처럼 아찔했고 이유도 모르는 눈물이 줄줄 흘러서 병원 대기실 앞에서 멍하니 울고 있었다. 막말을 했던 시어머니와 나를 시댁에 데려간 남편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헐떡이면서 화를 참아야 했다.


그런걸 다 겪고나니 정나미가 떨어졌다. 내가 아기를 정말 간절히 원하는게 맞는지 잘 모르겠는 상태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혼이라 행복했고 남편에 대한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있었는데 그런게 다 불타고 벗겨져버렸다.


나는 정말 시험관을 왜 하는걸까. 이제 시작일뿐인데 벌써 불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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