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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Feb 15. 2020

니트족이 가족과 잘 지내는 방법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거머쥐면서 우리나라의 국격이 한층 높아진 요즘, 우리는 기생충이라는 단어에서 보다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발견하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주제도 기생충과 살짝 관련이 있다. 부모에게 '기생하는' 우리 니트족이 가족과 잘 지내면서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니까.




 니트(NEET)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어로 진학이나 취직을 하지 않으면서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들이다. 주로 부모에 기생해 생활하며, 돈이 필요한 경우 1~2일간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일하지 못하고 있는 실업자와 구분해 무업자(無業者)라고도 칭한다.


(출처: 다음 백과사전,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9XXX9200664)




 무려 다음 백과사전에도 부모에게 기생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기생하다'라는 단어는 '남에 빌붙어 해를 끼치며 살다'라는 뜻이다.


 30대 니트족인 나는 부모에게 빌붙어 해를 끼치며 살고 있는가? 일단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식주를 의존하고 있으니 빌붙어 있다는 말은 맞는 것 같다. 해를 끼친다는 표현이 가족간에 쓰기엔 좀 그렇지만, 니트족으로 사는 나로 인해서 나의 부모님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해를 끼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부모에게 기생하고 있는 니트족이다.


 니트족이라고 해서 수치스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건 하나의 상태일 뿐이기 때문이다. 니트족은 어떤 이유에서든 의식주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지칭할 뿐이다.


 사람들은 흔히 사지만 멀쩡하면 벌어먹고 살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그건 사람이 육체와 노동을 위한 단순한 정신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거나 다를 바가 없다. 사람에게는 다양한 마음의 상태가 있고, 여러가지 사정들이 있다.


 니트족은 기본값이 가족의 도움을 받는 것인 만큼 가족과 잘 지내는 것이 니트족 본인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니트족 생활의 성공도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달려있다. 가족으로부터 의식주 지원과 적당한 심리적 지지를 받을 때 니트족은 다시 자립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당당한 니트족이 되자


 니트족이 당당하면 가장 편해지는 사람들은 바로 니트족의 가족들이다. 30대에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지는 못할 망정 늙으신 부모님들이 힘들게 버는 돈으로 생활하고 집안에서 웹서핑이나 게임을 즐기며 뒹굴뒹굴하는 상황에서 니트족 본인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사람들은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자중해야지'라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죄송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당연하지', '뭘 잘했다고 그렇게 당당하냐', '이게 웃을 상황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너 지금 이렇게 천하태평으로 살면 안돼. 정신차려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니트족의 가족으로 오래 살아보면, 죄책감을 느끼면서 무너져가는 니트족이 당당하고 뻔뻔한 니트족보다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의 입장에서 당당한 니트족에게는 이걸 해보라거나 저걸 해보라고 권유도 할 수 있고 등 떠밀어서 밖으로 내보낼 수도 있고 뭔가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


 극도로 위축되고 죄책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몸뚱이까지 혐오하게 되는 단계의 니트족에게는 그럴 수가 없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없을 뿐더러 아예 대화를 거부하고 방에 틀어박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 사소한 말 한 마디에 자살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가족들은 단순히 니트족을 부양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신적 식물인간 상태가 된 사람을 깨워서 다시 일으켜세워야 하는 짐까지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환갑이 넘어도 아직 쉬지 못하고 일을 하면서 나를 부양해주고 계신 우리 아빠도 가장 힘든게 내가 위축되어있는 모습을 보는 거라고 말씀하신다. 무너져가는 자식을 보는 것 자체가 부모에게 큰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폐인에 가까운 상태의 자식을 다시 일으키는 것 자체도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아빠는 나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버는 일만으로도 이미 과부하가 걸려있다.


 그래서 우리 부녀는 일종의 타협을 했다. 나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아빠에게 효도를 한 거고 그러니까 당당해도 되며, 앞으로 아빠는 아빠 일에 집중하고 나는 내 일에 집중하기로. 아빠가 최대한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책임지는 동안 나를 치유하는 일은 내가 맡기로 했다. 무너진 나를 일으켜세우는 일은 내 담당이었다.


 기생하는 상황에서 당당해지려면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1) 민법 974조

 부모는 성인인 자식에 대해서도 법적인 부양의무가 있다. 얹혀 살다가 불리하면 이 조문을 들이대면 된다. (등짝 스매싱은 책임 못짐...)


(2) 가족이니까 돕는게 당연하지

 어려울 때 서로 돕지 않는건 가족이 아니다. 반대 상황이라면 나는 가족을 버릴건가? 내 대답은 No. 그러니까 당당하게 도움 받아라.


(3) 그때 그 일, 엄마가 나한테 잘못한거, 이걸로 퉁칠테니까 나 3년만 먹여살려줘

 부모님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해준 것은 사실이고 감사하지만, 동시에 성장과정에서 부모님이 우리에게 가해한 것도 분명히 있다.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부모님이 우리에게 잘못한 것들을 떠올리면서 그걸 용서할테니까 대신 지금 도와달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신세지는게 좀 편해진다. 실제로 부모를 미워하라고 부추기는게 아니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해서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이야기이다.


(4) 기생이... 처음은 아니잖아?

 우리는 이미 한번 기생을 경험해봤다. 태아일 때 나는 엄마가 몇주간 심한 입덧으로 물만 겨우 마시고 거미처럼 말라갈 때 엄마의 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란 경험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서 가져다주는 행복감이 크기에 우리는 임신 과정을 기생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단순히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태아는 모체의 영양분을 가져갈 뿐 모체에게 어떤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모님들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우리를 낳았고, 돈만 들고 효도는커녕 짜증만 내는 우리들을 양육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보다 이런 기생에 익숙하다. 그리고 부모님들은 기본적으로 자식에 대해서는 기생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자식을 낳은 것이다. 만일 태어날 때부터 심각한 장애가 있어서 니트족이 될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부모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식을 키워야 하고, 기꺼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자식을 낳았다. 부모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냥 믿고 기대자.

 

   

2. 가족들이 일어날 때 일어나고, 밥 먹을 때 밥 먹자


 가족들과 생활 루틴을 맞춰주는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가족들은 니트족을 5년 정도 부양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지는 않는다. 5년치의 생활비는 문제가 안 된다. 진짜 두려운 건 이 생활이 5년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평생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불안감은 니트족이 가족들이 출근하는 시간에도 뒹굴거리면서 잘 때, 제때 밥을 챙겨먹지 않을 때, 가족들과 마주치는 것을 피할 때마다 쭉쭉 올라간다. 가족들이 뒹굴거리면서 늦잠자는 니트족에게 미친듯이 화를 내는 이유는 늦잠자는 것 자체에 화가 난 게 아니라, 이러다 영영 폐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자극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가족들의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불안감이 자극될 때마다 가족들은 분노와 질책으로 이 불안을 표현하려고 할 거고, 그럴수록 니트족은 더 상처받고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평화로운 기생 생활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일어날 때 일어나고, 씻을 때 씻고, 밥 먹을 때 밥을 먹는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밤에 게임하느라 혹은 불면증 때문에 늦게 자게 되는데 어떻게 하냐? 가족들이 거의 깰 시간에 잠든다면 버티는 김에 3시간 정도 더 버티다가 아침 먹고 자면 된다. 알람을 맞춰놓고 자는 것도 방법이다. 아침 먹고 자고, 점심 먹고 또 자더라도 제때 일어나고 제때 밥 먹는 것이 좋다. 세상에 쉬운 건 없다고, 기생하는 생활도 쉬운게 아니다.


 이건 니트족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아주 강력한 약이기도 하다. 수면 패턴이 무너지고 일상 생활이 불규칙해지면 우울증은 정말 쉽게 찾아온다. 니트족은 직업도, 학업도 없기 때문에 생활 자체가 우울증에 굉장히 취약하다. 면역력이 제로인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많은 곳을 뒹굴면 어떻게 될까? 일상 생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이것과 비슷한 행위이다.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밥 먹는 것만 잘해도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고, 원래 있던 우울증도 좋아질 수 있다.



3. 매일 자기 방을 환기시키고 청소하자


 청소기를 돌리는 집이면 다른 가족이 청소기를 돌릴 때, 물걸레질을 하는 집이면 다른 가족이 물걸레질을 할 때 그 김에 같이 하면 좋다. 청소할 때는 창문을 열고 환기도 시킨다. 바닥만 청소해도 되지만 하는 김에 물걸레로 책상이나 책장 같은 곳들도 닦아주면 더 좋다. 왜냐하면 책상을 닦다보면 널려있는 물건들 때문에 닦는게 불편해서 자동적으로 방 정리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불은 다시 펴고 자더라도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 갠다.


 이것도 2번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이유이다. 매일 자기 방만이라도 청소하면 가족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킬 수 있고 우울증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이 좀 되라'는 말이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되는 방법은 가까운데 있다. 매일 자기 방을 청소할 수 있으면 사람이 된다. 자존감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아침에 이불 개고, 방을 청소하면 그날치 자존감이 자동적으로 충전된다.

 


4. 가족들을 견디기 힘들 때는 일단 참고, 영화로 도피하자


 니트족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사람들은 기생 생활을 놀고먹는 것이라고 폄하하지만, 기생이 그렇게 쉽고 편안하다면 기생은 이미 오래 전에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형태가 되었을 것이다. 영화 '기생충'만 봐도 알 수 있다. 박사장 가족은 편안하다. 고된 것은 기생하려는 기택 가족이나 문광 등이 아닌가.


 니트족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방문 밖에서 들려오는 한숨, 걱정, 비난, 싸우는 소리 등 가족들의 부정적인 감정 표출이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같이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하면서 가족들과 대면할 때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화장실을 짧은 간격으로 자주 가는 습관이 있다. 그 습관이 생긴 이유는 화장실에 가는 횟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면 아침 먹고 이 닦기 전에 한번, 이 닦고 한번 볼일을 보고 나면 오전 내내 방에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집에 있을 때는 그런 불안감이 항상 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갈 때도 거실의 상황을 항상 정탐하고 괜찮을 것 같을 때 방문을 열게 된다.


 집안 분위기가 안 좋을 때는 아예 밖으로 나가는게 편하지만 집에 있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으니까 정신적으로 도망칠 곳을 만들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에 책 읽는 습관이 있다면 책을 읽는 것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영상같은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볼륨을 높여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묻히면 더 좋기 때문이다. 단순한 음악보다는 눈으로도 집중할 수 있는 영상이 더 좋다.


 내 경우에는 영화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바깥의 소리도 하나도 들리지 않고 정신까지도 완전히 영화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영화를 하나도 안 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영화보기가 취미가 될 정도가 되었다. 영화에 대한 취향이 있고 금전적인 여유가 된다면 취향에 맞는 영화를 한 200개쯤 목록으로 적어놓고 전부 다운받아 둔다. 그때 그때 다운받으려고 하면 심리적으로 좀 힘들거나 위축된 상황에서는 그것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네이버 무료 영화를 이용하면 된다. 2~3일에 한번 정도 업데이트가 되는데 다운받을 수 있는 기간이 있어서 바로 다운받아놔야 한다. 작년에 네이버 무료 영화를 거의 다 봤는데 좋은 영화가 많았고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힘들거나 화가 나거나 견딜 수 없을 때는 무조건 영화 폴더를 열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봤다. 영화 한편을 보고 나면 대개 기분이 많이 풀려있었다. 화가 나거나 불안한 감정들이 가라앉았다.  


 

5. 가족들이 화날 때 하는 말은 진심이 아니라는 걸 기억하자


 니트족 생활을 하다보면 가족들과 싸우거나 혹은 가족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비난의 말을 듣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노숙자가 되려면 길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듯이 니트족이 되려면 가족들의 비난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스킬을 배워야 한다. 기생하는 자의 운명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 너는 짖어라, 난 조금 이따 방에 들어가서 영화 보고 한숨 잘거다'라고 생각하면서 참은 다음, 방에 와서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가족간에 이런 표현이 좀 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건 가족을 모욕하는 표현이 아니라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막이다. 사람은 자기를 해치는 말에는 분노할 수 있어야 자기를 지킬 수 있다. 다만 기생 생활의 특성상 분노나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참는게 더 좋은 선택이 될 뿐이다. 그래서 '속으로만' 적당히 욕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마음에 여유가 있다면 가족이 내뱉는 말의 이면을 좀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다. 가족들이 화를 내거나 비난하거나 욕을 하거나 할 때, 그건 진심이 아니다. 그게 진심이라면 지금까지 먹여살려줬을리가 없다. 막말로 정말 니트족을 싫어하고 혐오했다면 그냥 집을 팔고 도망가버리지 이런 기생 생활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집에 모르는 노숙자가 함부로 들어와서 자기 집인양 생활하는데 그에게 밥을 해먹이고 같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아무리 가족이라도 정말 힘들어 죽겠으면 사람은 도망가게 되어있다. 가족들이 아직까지 도망가지 않았다는 건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서이다.


 그럼 진심도 아닌데 가족들은 왜 우리를 해치는 말들을 할까? 그건 가족들도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하는 온갖 비난이나 험한 말들, 짜증, 분노 등을 통역해보면 이렇다. "너가 자신있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게 너무 가슴아파, 너가 이대로 폐인이 될까봐 너무 두려워서 미칠 것 같아, 너를 사랑하니까 감당하고는 있지만 두 사람 몫의 생계를 책임진다는게 내 능력에는 버거운 일이라 힘들어, 앞날이 보이지 않으니까 절망적이야"

 

 많은 가족들은 니트족을 의지박약이라고 비난하면서 노오오오력을 해서 이 상황을 어떻게든 타개하라고 몰아세우고, 이것저것 해결책을 강요하려고 한다. 강하게 다그치면 정신을 차릴 거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더 세게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내면에도 같은 감정들이 있다. 사랑, 불안감, 두려움, 가슴아픔, 절망감. 그 감정들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은 니트족을 더 몰아붙이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니트족과 같은 상황에 놓여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몰라서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이 오히려 니트족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더 아무것도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식을 죽이는 줄 알면서 죽이는 부모는 없으니까. 니트족을 다시 자립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뜨거운 햇빛, 즉 긍정적인 에너지를 끊임없이 퍼부어주는 것밖에 없다는 것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무지도 죄라지만, 우리를 기생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들의 마음 씀씀이를 참작해서 통크게 용서해주자. 니트족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문외한들의 어설픈 조언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자. 그들의 헛다리 짚은 충고에 낭비할 시간이 아깝다. 그럴 시간에 유튜브로 재미있는 영상을 한편 보는 것이 훨씬 도움된다. 그냥 우리 자신의 방식대로 나아가면 된다. 웹서핑이든 음악이든 게임이든 유튜브든 영화든 음식이든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에 몰입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주면 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자립할 힘이 생겨서 더이상 기생할 필요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6. 통장에 100만원은 있어야 된다

  

 기생하는 생활에도 가오는 챙겨야 된다.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정서적인 학대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가족에게 작별을 고하고 당당하게 걸어나올 수 있어야 되는데 그러려면 100만원은 있어야 된다. 그 정도 돈이면 알바를 구할 때까지 한달은 생활할 수 있으니까.


 이미 저축해놓은 돈이 있다면 다행이고, 없다면 단기 알바, 재택 알바라도 해서 100만원은 꽉 채워두자.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게 가져다주는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그럴 능력이 없을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더 예민해지고 가족들의 말이나 행동에 더 크게 상처받는다. 하지만 참다 참다 못 참겠으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있다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눈칫밥 생활이 훨씬 견디기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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