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May 17. 2023

남과 비교 안하는 방법

비교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


우리 사회는 경쟁을 적극 권장하는 사회다. 남과 비교하는건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끝없이 비교해서 사람의 우열을 나누고, 심지어 열등하다고 분류된 사람이 비교로 힘들어하면 자기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을 질투한다고 속좁은 사람 취급까지 한다.


열등한 사람들을 끊임없이 분노하고 노력하게 만들어서 사회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게 만드는 것, 그게 우리나라 경쟁사회의 구조이다.


지금 내가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을 느끼고 고통받고 있다면, 그건 내가 한국인답게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막연히 사회비판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교, 열등감, 우울증이 우리가 못나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는걸 말하고 싶어서다. 우리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보드게임의 규칙이 가혹할 뿐이다.


그러니 잘난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다, 스스로가 속이 좁다는 죄책감, 내가 능력이 없다는 자기비난, 과거에 잘못된 선택을 해서 이 모양 이 꼴이 됐다는 후회 등등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그냥 비교로 아파하는 '나'에게 집중하자. 그게 진짜 중요한거다.


오랜기간 아파서 너덜너덜해진 우울증 환자는 남과의 비교로 힘들어하다가 진짜 죽을수도 있다. 성공한 동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옥상으로 올라갈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비교는 위험한 일이다.


내 생명을 위협하는 연쇄살인마가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들면 이런 생각부터 해야한다. 살아남을 생각.





1. 우울증이 열등감을 심해지게 만들 때


가장 중요한건 약을 먹어서 조절하거나 격렬하게 몸을 쓰거나 해서 부정적인 생각들을 가라앉혀야 한다. 우울증이 심할 땐 '비교'라는 연쇄살인마가 내 머릿속에서 날뛰기 때문이다.


누굴 만난 것도 아닌데 그냥 머릿속에서 잘나가는 친구 누구, 동기 누구의 성공 스토리, 금수저 후배 누구의 행복한 가정생활... 이런 것들이 무한 재생된다. 뇌에서 자행하는 셀프 고문이다.


그럴 땐 일단 생각을 끊어내는게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약, 몸 힘들게 하기 등등으로 날뛰는 생각을 가라앉혀야 한다.


그게 어려우면, 최소한 지금 내가 우울증이라는 병 때문에 고통받는 거라는 거, 내가 진짜 못난게 아니라 열등감을 느끼게 해서 나를 죽이려드는 이 우울증이 문제라는 것만이라도 알아야 한다. 이게 현실이 아니라 병이라는걸 인식하기만 해도 조금 나아진다.



2. 우월한 사람이 주변에 있을 때


안 만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생명이 그 사람이나 인간관계, 평판 따위 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극 차단을 권장한다.


그럼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다 열등할까? 절대 아니다. 요즘 만나는 내 친구들은 다 각자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내가 거르는건 진실한 대화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서로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에 대해 우열을 나누지 않을만큼 애정이 있는 사이.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나기에도 인생은 짧다.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고, 상대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속으로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에 괴로워하고, 그러면서 공허한 대화를 나누는 인간관계는 없어도 상관없다. 인맥관리? 정신건강이 일단 지켜져야 인맥도 의미있는거 아닐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지 3년차가 되었다. '비교'는 우울증 기간 내내 나를 괴롭히던 존재였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든 편이다. 순간 순간 나오지만 대체로 파도가 밀려왔다 가듯이 의식 한편으로 밀려난다.


우울증의 병증이 사라져서 많이 가라앉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 삶이 좀 재밌어지고 현재에 집중하게 되면서 줄어든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우리가 비교의 유혹에 발목을 잡히는건 우리의 삶에, 우리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가 아닐까.


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재미있게, 서로 응원하면서 살아가니까 비교가... 어느순간 의미가 좀 없어졌다. 왜냐하면 내 삶, 그리고 거기에 연결된 소중한 사람들을 남의 인생과 바꾸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만나고 사랑하고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화장실이 생겼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