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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18. 2023

한계를 넘어보는 습관

커지는 나

한계를 굳이 사서 넘진 않는다. 그런데 넘을 기회가 오거나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땐 사양하지 않고 한번 넘어가본다.


나한테는 '한계'가 참 많다. 남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친구들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배웠 경험들이 내 인생에는 뭉텅이로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별게 다 한계치가 된다.


예를 들면, 낯선 위원들에게 회의 참석 확인전화를 돌린다거나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거나 식당에서 막내로서 고기를 굽는다거나... (고기 굽는 법을 몰라 그동안 윗사람들이 구워주던 고기만 먹다가 이번에 친구한테 배웠다)


예전엔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묻거나 가게에 가서 어떤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것도 나한텐 큰 도전이었다. 지금은 그때보단 훨씬 많이 나아진 편이다.


주민자치회에선 도전해야할 일이 참 많았다. 사람들과 함께 해야하는 일이다보니 대부분 나에겐 어려운 것들이었다.


가장 힘들었던건 주민총회 사전투표를 받으러 동네에 부스를 차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받는 일이었다. 그것도 여러명이 나가는게 아니라 나와 위원 한명 정도였다.


주민센터 앞 혹은 아파트 정문 앞에 부스를 차리고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면서 "사전투표하시고 마스크 받아가세요!"를 수백번 외친 것 같다. 관심을 가진 주민들이 다가오면 이게 내년에 **동에서 할 사업들인데 어떤 사업이 좋은지 투표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에는 뻘줌하고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해야되나 싶었다. 이상한 사람 보듯 하면서 지나치는 사람들 앞에선 창피하기도 했다. 여름이라 땡볕이 뜨겁고 허리도 아팠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에게 주민자치회를 알리는 것, 주민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어떤 사업들을 하는지 알게 하는 것,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평가하고 우리 지역의 문제가 뭔지 말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그게 진짜 주민자치 아닌가? 내가 하고있는건 창피한게 아니라 진짜 중요한 일이었다.


아무튼, 중요성을 떠나서 은둔형 외톨이 경력까지 있는 나에겐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내 한계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서 못하겠단 말을 안했다. 시도해봤고 잘 해냈고 하나의 한계를 또 넘었다.


이렇게 한번씩 한계를 넘을 때마다 뿌듯하다. 그리고 자신감이 생긴다. 내가 뭘 해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능력치와 함께 새로운 가면이 하나씩 생긴다. 이번에 획득한건 사회성 좋고 행사 좀 진행해본 밝고 적극적인 가면이다.


요즘도 비슷한 일이 있으면 이런 가면들을 잘 쓰고 다닌다. 한계를 넘을수록 내 자아가 더 확장되고 풍성해지는 것 같다. 그 느낌이 좋아서 한계들을 자꾸 넘어보려고 한다.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가 어디든 자기 힘으로 걸어보려고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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