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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15. 2023

I와 e 사이의 NFP가 사는 법

내가 mbti를 좋아하는 이유

 mbti는 infp와 enfp 사이에 있다.


내가 mbti를 좋아하는건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걸 확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다 다르다는걸 인정받는 기분이 든다. 아빠가 비난해온 나의 모습들, 그리고 내가 스스로 멍청하다고 느껴온 부분들은 mbti에 의하 '나다움'이었다.


맨 처음 했을 땐 enfp로 나왔다. 그때는 오랜 우울증에서 뚫고 나와 처음으로 친구들을 만들었을 때였다. 우울증 상태와 현재의 간극이 크다보니 e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은둔형 외톨이로 살던 나는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걸, 나에게는 일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걸 그때 처음 알았다.


성과주의자, 효율성 중시자, 결과주의자, 계획주의자인 아빠와 나는 애초에 달랐던 거였다. 나에게는 경쟁보단 주변 사람들과 함께 지지를 나누며 성장하는게 중요했다. 아빠는 친구들이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오히려 친구가 있어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성격이었다.


나에게는 이상도 너무 중요했다. 나는 애초에 부와 명예가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보람있다고 느낄 수 있는 일, 내 이상에 맞는 일,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야하는 성향이었다.


enfp나 infp를 괴롭히는 방법 중 하나가 그들의 꿈을 짓밟는 거라고 한다. 누구나 괴롭겠지만 나는 그럴 때 특히 괴롭다고 느낀다. 아빠가 내 마을활동을 비하하고 아줌마나 하는 일, 돈도 안되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할 때 나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고 저항했다. 다른건 다 맞춰주고 참을 수 있어도 내 가슴을 뛰게하는 일을 짓밟는건 용납할 수 없었다.


예전엔 꿈이란걸 모르고 살았는데, 우울증이 낫는 과정에서 우연히 설레이는 것들을 쫓아가다보니 꿈이 뭔지를 알게 됐다. 꿈을 찾게되자 나 스스로가 조금씩 강해졌다.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서... 내 꿈과 함께 할 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나는 현실성도 없고 금전감각도 부족한 편이다. 그러니까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돈도 안되는 마을활동을 하게 되는 듯하다. 아빠한테 니가 '상록수'냐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남들은 내가 공익에 헌신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다. 다만 내가 원하는 일이라서, 내 마음이 설레니까 내 시간을 아낌없이 쓸 뿐이다. 우울증 예방효과는 덤이고.


나다움은 계속 찾아가야할 과제겠지만, mbti를 통해서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걸 확인받으면 마음이 놓인다.


동시에 나도 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오기까지 나는 알게모르게 조용한 항거를 해왔는지도 모른다. 기나긴 우울증과 무기력은 내 정신의 파업이었을지도... 왜냐하면 아빠가 원하는 길이 내 성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길을 못간걸까, 안갔던걸까. 답은 무의식만 알고있지 않을까.


물론 mbti를 맹신할건 없다. 남을 함부로 재단할 것도 아니고. 그냥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나는 왜 이 모양으로 살 수 밖에 없는지를 가르쳐주는 작은 해답인 것 같다.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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