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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16. 2023

귀신이 곡할 물건 잃어버리기

내 돈...

나를 위한 선물


목걸이를 세개째 잃어버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게 이럴 때 하는 말인가 싶다.


ADHD약도 꼬박꼬박 먹는데 대체 !


분명히 넣어두었다고 생각한 곳에 물건이 없었다.


이게...

강박증이 나아져서 물건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바쁠 땐 ADHD약으로도 조절 안되는 나의 산만함을 슬퍼해야 할지...

헛갈린다.


예전같으면 물건을 잘 안 잃어버린다. 가방에 그 물건을 넣은걸 눈으로 5번은 확인하고, 그래도 내 눈을 못 믿어 다른 사람을 보여주고, 그 다음엔 겉으로 물건을 만져본다. 촉감으로 물건이 그 안에 있다는걸 확인한다. 그리고 집까지 가는 내내 수시로 만져보면서 확인한다.


그런 강박 덕분에 나는 심각한 ADHD인데도 십수년간 지갑, 핸드폰, 우산같은걸 잃어버린 적이 거의 없다.


강박증 약을 추가하고 3주쯤 지났을 때부터 내가 예전보다 확인을 덜 한다는걸 느낀다. 처음엔 무엇인가가 확인해야 한다는 내 생각을 살며시 차단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확인이 귀찮아졌다.


생각해보니 완벽주의도 좀 없어졌다. 얼마전에아침에 팀장님이 내가 쓴 문서로 이것저것 얘기를 했는데 (나중에 고치고 나서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처음으로 할말을 하고 티 안나게 살짝 짜증을 냈다. 사실 내 기준에선 할말 하는게 짜증낸거긴 하다.


짜증을 낸건 귀찮아서였다. 예전같으면 스스로 완벽주의가 있어서 그런 말을 들으면 바로 위축되고 나도 남의 시선으로 내 글을 날카롭게 다시 봤을텐데, 그날은 그게 잘 안됐다. 다시 쓰기 너무 귀찮았고 대충 넘기고 싶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쓰고 불안해하는 것도 확실히 귀찮아졌다.


목걸이를 연달아 잃어버리고 나니 뭔가 변한게 느껴진다.


단순히 피곤하고 정신없어서 그런건지 약의 영향인지는 좀더 두고 봐야겠다.


일단은 슬프다...


내 돈...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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