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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7. 2023

오래 공부한건 면접관들도 알아준다

실패한 수험생활


시험 공부한 기간이라는건 참 애매하다. 결과적으로 불합격했을 때, 그 기간은 아무것도 안한 공백기로 바뀌기 때문이다.


오랜 시험 준비 끝에 취업을 결심할 때, 불합격을 이야기하는게 창피해서, 실패자로 보일까봐 시험 준비 경력 자체를 숨기게 되기도 한다. 나도 한때는 시험 이력은 지우고 고졸로 혹은 대졸로 지원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취업에서는 솔직하게 그 경력을 쓰는게 도움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적지 않으면 회사에서는 이 사람이 이 기간동안 놀았는지 폐인으로 살았는지 알 방법이 없다. 차라리 ㅇㅇ시험을 준비했고 무슨 공부를 얼만큼 했는지를 쓰는게 낫지 않을까.


결과는 과정이 누적된 것 그 자체이지 성공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과정 자체가 나의 결과물이다. 


조개 자신에게는 못난 진주도 자기 인생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외부에서 남이 볼 땐 예쁜 진주만 결과물일 수 있지만, 예쁘든 못났든 (그 기준도 사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기준일뿐이다. 못난이 진주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아픔을 견딘 시간이 굳어서 진주가 되었다. 내가 무언가에 시간을 썼다는건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해서 떳떳해도 된다. 설령 내가 시험공부를 제대로 안하고 놀러다녀서 떨어졌다고 해도. 우울증 투병으로 하루에 한 페이지만 읽으면서 견딘 시간이라고 해도. 난 분명히 그 시간을 경험했고 뭔가를 얻었으니까.


이전 직장에 지원할 땐 달리 방법이 없어서, 그리고 나중에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떳떳해져서 솔직하게 썼다. 무슨 공부를 했고 무슨 시험을 준비했고 왜 떨어졌는지. 불합격 이후에 나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였고 그후에 어떻게 해왔는지.


뜻밖에 면접관들은 그 경험을 나쁘게 보진 않았다. 그만큼 공부했으니 그 분야에서 어느정도 실력이 있을 거라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시험을 준비한 끈기나 인내심, 실패를 받아들이고 도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좋게 평가해주기도 했다.


취업에서 우울증에 관한 고백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케바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수험생활은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는 경력이다. 나 스스로가 떳떳하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었는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까 오래 준비한 시험에서 떨어지고 취준으로 돌릴 때, 좌절은 금지다. 수험생활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소설일지라도) 잘 정리해두고, 취직에 필요한 다른 스펙들을 찾고 만들려고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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