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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6. 2023

불안감이 줄었다

약의 효과

약을 먹기 시작한건 3월 말쯤이었던 것 같다. 대충 3개월 조금 넘었는데 불안감이 많이 사라진걸 느낀다. 지금은 불안감을 떠올려보려고 해도 그 감정이 마음의 무대에 올라오지 않는다. 


그저께 사건이 하나 있었다. 누군가의 간섭으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잔소리를 듣고, 내가 만든 문제도 아닌데 남이 휘저어놓은 대로 내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퇴근할 때 굉장히 기분이 안좋았다. 사소한 일조차도 통제받는 것에 대한 무기력감도 느끼고... 근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거기에 불안감은 없었다. 


원래의 나라면 이쪽 저쪽에 큰 실수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하고, 그들이 나를 오해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초조하고 어떻게 해야하나 밤새 고민하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런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그저 짜증이 났고 그 누군가를 마음속으로 욕했으며 그 다음엔... 잘 잤다.


오해에 대해서도 마음이 편하다. 어쩌라고. 정 싫어지면 계약기간 끝나면 이직하면 된다는 마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혹시 잘못 전달되었는지 알아보고 사실을 말해야 하나... 같은 초조함이나 불안감은 없었다.


어떤 면에선 불안감이 있을 때도 장점이 있었다. 불안해서 더 잘하려 하고 완벽하려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불안감 자체에 압도되어 행동으로 잘 이어지진 못했지만) 지금은 그런 동기가 사라졌다. 불안하지 않아도 열심히 할 새로운 동기를 만들어야할 것 같다.


원래 상태에서 핀셋으로 불안감만 콕 집어서 제거하니까 대책없이 게을러진 느낌이다. 평소의 나라면 엄청 민감했을 남의 평가에도 무관심하고, 더 공부하거나 더 조사해야 한다는 강박도 없어져버렸다. 그게 편하긴 한데 딱 만족스럽진 않다.


내가 좀더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나만의 동기를 갖고 싶다. 어쨌든 약은 효과가 있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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