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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5. 2023

우울증이 아니라 상황 때문에 우울한 것?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기

우울증이 병이라는걸 자각하지 못하고 단순히 실패해서, 성공을 하지 못해서 좌절해있는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우울증이 있는 취준생이 원하는 곳에 취업만 하면 자기의 우울증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막상 취직을 해도 우울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항상 있다. 직장상사 때문이라거나 조직문화 때문이라거나...


물론 그런 것들이 영향을 미치는건 사실이지만, 원래 있던 우울증이 그런 것들을 계기로 툭툭 튀어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우울증 때문에 알게 모르게 조직에 적응을 실패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고.


시험에 불합격해서 우울하다.

취직이 안돼서 우울하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서 우울하다.


처음엔 분명히 이유가 있는 우울이고 우리의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장기화되면 우울은 그 자체로 작동하는 별개의 존재가 된다. 우울증이라는 병 말이다.


우리 삶에서 우울증의 먹이가 되는 일들(실패, 부정적인 감정 등)이 던져지면 우울증은 점점 더 자란다. 나중엔 우울할만한 일이 없어도 우울해질 만큼.


그래서 우울감이 지속될 땐 우울의 이유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바로 병원에 가는게 중요하다. 약이 필요없는 정도라상담을 받으면 좋다.


"환승이별 당했는데 몇주째 슬프고 화나고 우울해요. 제가 느끼는 우울감이 당연하지 않나요?" 맞다. 그 상황에선 우울한게 당연하다. 하지만 오래 지속된다면 그 '당연한 우울감'은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이미 상황 자체가 많은 우울의 씨앗들을 뿌려놓았다. 환승한 상대자와 나와의 비교(외모, 조건 등등)도 했을거고 자존감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신감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몇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마음의 상처를 얻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을 마음속 창고에 던져놓고 치료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우울증이 될 수도 있다. 내가 나중에 괜찮아지고 어느순간 잊어버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음식물 쓰레기를 제때 버리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고 썩어서 냄새를 풍기는 것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대해서도 제때 필요한 조치를 해야만 한다.


나도 요새는 그런 일이 있을 때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그냥 잊어버리려고 애쓰지 않는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되짚어본다. 그리고 상담 때 배웠던 것처럼 내 감정들을 하나 하나 인정해주고, 왜곡된 생각들(예를 들면, 시험에 한번 떨어진 후에 '나는 능력이 없고 게을러서 아무것도 못해낼거야'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어느정도 감정이 정리가 되고 기분이 풀어진다. 그렇게 해결 안되는 문제라면 바로 병원에 간다. 우울증이 생기기 전에 평소에 예방하는 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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