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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4. 2023

소소한 폭력

가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울증이나 여러가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상태의 사람들을 상대하는 사람들이 폭력적인 언어를  때... 놀라기도 하고 굉장히 불쾌하기도 하다.


폭력이라는건 특별한건 아니다.


예를 들면 참여자들의 나이나 직업을 사전 동의 없이 모두에게 공개한다거나 하는 것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일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민감한 일이다. (그리고 민감도를 떠나서 원래 개인정보는 당사자 동의 없이 함부로 공개하는게 아니다.)


나는 그런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내 나이, 내가 사는 곳이 참여자들의 단톡방에 공개되었을 때 기분이 나빴다.


내가 나를 얼마나 공개할지는 내가 상대방을 얼마나 믿는지에 달려있다. 내가 그 모임 주최자 측에 내 개인정보를 공개한건 그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불가피한 일이었고 당연히 비밀보장이 될거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항의했을 때 주최자측은 참여자들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한 일이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박했다. 서로의 나이를 알면 우리는 더 친해질 수 있을까? 그것보단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 책을 공개하는게 백배 낫지 않았을까?


그때 그 모임에 대한 신뢰감이 확 떨어졌다. 역시나 그 뒤로도 비슷하게 폭력적인 말들을 서너번인가 더 들은 것 같다. 우리를 비정상으로 취급하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하는 말들, 나는 경험자이지 현재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싸잡아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말들. 누구에게나 오해를 살 만한 말을 하고, 당사자가 반발하면 오해라고 변명하는 말들.


그 모임이 나름대로 열심인 것도 알겠고 꾸준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런 류의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각자 상처가 있고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걸 치유하기 위해 두렵지만 환부를 드러내고 거기에 참여한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을 믿기에 자신의 연약함을 어느정도 노출한 상태로 온다는 이야기다.


그럴 때 응대하는 사람은 전문가이거나 아니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만큼이나 세심한 언어와 배려를 갖춘 사람이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한다는 매뉴얼도 필요하고, 매 회기가 끝난 후엔 담당자들끼리의 회의도 필요하다.


이 일은 선한 의도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걸 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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