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

인생에서 쓴소리가 필요할 때

by 오렌지나무

일본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인 이토 모토시게가 쓴 이 책은 성인이 된 이후에 인생 속에서 어떻게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좋은지에 관한 그의 노하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산 건 작년 9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였다. 새학기를 맞이해서 분발하는 마음이었고 여름 인턴을 끝낸 터라 홀가분한 기분이기도 했다. 평소 학기 중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거의 없어서 딱히 책을 사겠다는 생각으로 교보문고에 간 것은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책 제목들도 가볍게 훑으면서 걸어가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라. 서울대 공부법, 도쿄대 수석의 공부법 등의 책은 진력이 난 터라 도쿄대라는 단어가 지겹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건 학생이 아니라 교수가 쓴 책이니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실망스럽지 않았다. 최소한 다섯 번은 읽을 만한 책 같아서 바로 구입했다.


이 책은 학교를 졸업한 성인들도 평생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서의 공부는 단순한 암기식 공부만이 아니라 독서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물론 저자는 교수라는 직업을 가졌으니 평생 공부를 해야하는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만 이러한 광범위한 개념의 공부는 교수가 아닌 직업의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 분야에서 더 능숙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 혹은 자기 인생을 보다 잘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 독서가 수단이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성인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계속하도록 유도하는 문화나 사회적 지원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물론 근에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기는 하다. 구마다 마을 도서관이 생기고 무인예약을 통해 지하철에서 쉽게 책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인문학 강좌를 는 도서관도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생학교'처럼 인생이나 여행, 퇴사와 같은 진로에 대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다. 전문가들의 브런치나 블로그를 통해 전문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겨났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사회인들에게 기본적인 공부의 방향과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보편적인 강좌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들 중 하나이다.



1. 인생에 목적이 있는 사람은 쉽게 불행해지지 않는다.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책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크리스텐슨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창회에 참석했다. 그의 동기들은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만큼 각 분야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고 아름다운 배우자들과 결혼해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10년 뒤, 30년 뒤의 동창회는 처음과 많이 달랐다. 그중에는 분식회계 혐의, 10대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구속된 사람들도 있었고 이혼한 사람들은 부지기수였다. 사람의 인생을 기업과 마찬가지로 본다면 이 문제는 인생에서의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전략, 다시 말해 목적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명확히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목적과 방법을 알고 실천하는 기업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에도 이와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목표라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무리 힘들더라도 가족을 위해 매일 상당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바빠도 부모와 배우자, 아이들에게 카톡을 보내고 아침이나 저녁을 함께 먹거나 주말에는 자신만의 취미 생활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찾아야 한다. 혹은 직장에서의 업무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목표라면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에 관한 지식을 쌓고 일을 하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목표가 정해지면 방법을 찾게 되고, 그 목표에 따라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가 가정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순간의 욕망이나 감정에 이끌려 바람을 피울 수도 있고 직장 생활때문에 가정을 방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이 질문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정말로 무엇이 되고 싶은가?" 50세에도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것을 제대로 추구하지 못한 채 지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2. 위로가 주는 달콤함에 머물지 마라.


벚꽃을 유독 많이 그리는 화가가 있었다. 그 화가가 벚꽃을 그린 이유는 뜻밖이었다. 그 화가는 그림 그리기가 싫어질 때마다 벚꽃을 그리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림을 그리기 싫다고 아무것도 그리지 않으면 다시 붓을 잡기가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는 벚꽃이라도 그리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 인생의 목표를 세웠다면 그 다음으로 찾아오는 문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힘이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너무나 유명한 사자성어도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에서 좌절한다. 저자는 이 화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다 포기해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 때조차 마음을 가다듬고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아야 한다. 그야말로 엄청난 자기 수련이자 뼈를 깎는 고통이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지겨워질 때 사람들은 그 일을 그만두어도 괜찮은 이유들을 떠올린다. 주변 상황이 받쳐주지 않아서, 세상이 불공평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재능이 부족해서, 내가 너무 못나서...... 이럴 땐 자기 연민조차 달콤하게 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여러 이유를 대면서 포기하는 편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백 가지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그가 그 일을 해야만 하는 단 한 가지 이유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끈기와 뚝심을 가지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리고 결국 빼어난 결과물을 내고 세상을 바꾸는 이는 불평하던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인생의 목표가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벌써 알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이 아무리 불공평하고 훼방놓는 것들이 많고 스스로가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고 해도 그 목표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그렇다면 그 목표가 달성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해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그 일을 하지 않는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인생의 목표는 '수능 만점'과 같은 공허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의 목표나 전략같은 먼 나라의 이야기를 떠나서라도 현실에서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외부적인 요인때문에 끝내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나는 할 바를 다했다는 확신이라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슬럼프가 찾아오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계속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 자기 인생을 위한 길이라는 걸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하게 그 일을 해버리는 것이라고.


3. 가장 잘하는 일에 투자하라.


저자는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대학의 조교수로 임용되었다. 좋은 기회이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그는 강의를 할 정도로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3개월 안에 영어 공부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영어로 좋은 강의록을 만들어서 이를 암기하는 방법을 택했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에 집중했던 것이다.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불필요한 일들을 거부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던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조언이다. 수능 시험과 같은 시험에서는 모든 과목을 골고루 잘 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겠지만 시험이 아닌 인생에서의 역량은 꼭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러시아어를 전공한 사람에게 아무도 왜 중국어는 하지 못하냐고 묻지 않는다. 러시아어 전공자에게는 중국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보다는 그가 잘 할 수 있는 러시아어를 더 공부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인생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회와 에너지, 시간이 많지 않다.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자신의 강점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4. 최선의 기회에 대한 기대를 버리면 차선의 기회가 찾아온다.


저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사람은 언제나 최선의 기회만 기다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졸업하자마자 구인 공고가 떠서 그 회사에 지원하고 바로 합격하는 것처럼. 그런데 그런 행운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이 생기는 게 보통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최선의 기회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지금 처한 상황, 즉 차선의 기회를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저자가 예로 든 것은 침팬지 연구의 대가로 손꼽히는 제인 구달이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동물학자를 꿈꾸었지만 집안 형편때문에 비서학교를 나와 대학교 행정실에 취직했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동물학을 계속 공부하다가 동물의 실제 살아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케냐로 떠난다. 그곳에서 비서로 취직한 그녀는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동물 연구를 한다. 그녀는 고생물학자인 루이스 리키를 소개받았고 그는 그녀에게 야생 침팬지를 관찰하는 일을 맡겼다. 그런데 그녀는 훈련받은 과학자가 아니었기에 독특한 방법으로 침팬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하고 육식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렇듯 차선의 기회라도 잡는다면 언젠가 자신의 본래의 목표로 이어지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차선의 기회는 항상 불필요하게 돌아가는 길만은 아니다. 차선의 기회를 통해 얻은 경험이 최선의 기회보다 더 정확하게 목표에 이르게 해줄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매일매일 능력을 갈고닦은들 과연 무슨 소용일까'하는 냉소적인 기분에 빠져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인생의 기초 체력을 쌓는 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인생의 기반을 다지는 중이라고 믿어야 한다. 그렇게 쌓고 쌓으면 언젠가 알게 된다. 당신 앞의 모든 순간이 그냥 지나쳐 버리기엔 꽤 괜찮은 기회라는 사실을 말이다.


5. 매일 한 가지 사소한 도전이 10년 뒤 놀라운 결과를 만든다.


이것은 저자가 실제 경험한 사례이다. 저자는 고지마 가쓰헤이라는 기업의 창업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저자가 회사를 짧은 시간 안에 키울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묻자 고지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매일 한 가지 새로운 일을 해보는게 어쩌면 비결일지도 모른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저자는 그것을 한번 실천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그는 평소 관심이 없었던 분야의 책도 읽고 다른 전공의 연구자와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비즈니스 현장의 종사자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이럴 시간에 본업인 논문이라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후회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나중에는 이런 경험들이 남과 다른 자신만의 특색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차별화의 비법이랄까.


강점에 집중하면서도 매일 새로운 것을 한 가지씩 해보는 것, 이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해주고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6. 한 권의 책을 한 권의 메모로 만들기.


저자는 끊임없이 대작을 생산하는 찰스 킨들버거라는 유명한 경제학자에게 그 비결을 물은 적이 있다. 그때 그는 메모법을 소개해주었다고 한다.


일단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책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여백에 메모를 남겨놓는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다 읽으면 그 밑줄친 문장들과 메모 내용을 컴퓨터로 타이핑해서 출력한다. 책의 요약본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자신이 마주치는 지식들을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게 해놓는 것이 지식들을 정리하여 책을 저술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이다.


이 방법은 일상에서도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을 때는 기억이 생생하지만 몇 달만 지나도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줄거리 정도만 기억이 날 뿐. 하지만 우리에게는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을 시간은 없다. 그러니 처음 책을 읽을 때 너무 욕심부리지는 말고 딱 필요한 것들 위주로 정리해두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좋고 그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모으다보면 일기를 따로 쓰지 않아도 인생의 어느 시기에 무엇에 집중했는지도 자연히 알 수 있게 되지 않을지.



7. 어떤 일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라.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게 있다. 너무 많은 일이 몰려올 때, 실패가 반복될 때,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 억지로 해야 할 때 사람은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모든 일에서 손을 놓게 된다. 번아웃 증후군에 빠진 사람에게 더이상 일은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는 길 중의 하나는 일을 다시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 재충전이 되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에 20퍼센트의 시간을 투자한다.

예를 들어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재충전이 된다면 무조건 하루에 2시간 혹은 3시간 정도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즐거운 일을 하다보면 무기력한 상태에서 벗어날 길이 생긴다.


(2) 사회적인 관계나 접촉을 늘린다.

늘 만나던 사람들만 만나지 말고 만나보지 못했던 전혀 낯선 사람들도 한번 만나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로의 이름이나 학력, 직업 등을 밝히지 않고 취미 생활만 함께 즐기는 모임에 나간다거나 지금까지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학술 모임에 참석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사회적 관계를 확장시켜 가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나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자신의 관점이 편협하거나 치우쳐있었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다시 재미있는 일을 찾게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번아웃 증후군은 찾아올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자기가 한때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고 인생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라고 할지라도. 그러니 번아웃 증후군이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8. 매일 한 권의 책을 읽기.


이건 저자 자신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매일 읽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를 갖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정말 매일 한 권씩 읽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얇은 책이라도 좋다. 얇은 백과사전 시리즈물도 좋고 시집도 좋고 동화책도 좋다. 한 문장 한 문장 정독하면서 읽을 필요도 없다. 대충 대충 줄거리만 파악하겠다거나 소제목들만 보겠다는 식으로 읽어도 좋다. 대신 한 권은 매일 채운다는 생각으로 읽는 것이다. 매일 새로운 주제에 관해 10줄이라도 읽는다면 그날을 위한 충분한 활력이 되지 않을까? 관심이 가는 책이라면 주말을 이용해서 정독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두껍고 어려운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려운 책일수록 첫 장을 넘기기가 힘들고 아무리 열심히 읽으려고 해도 50쪽을 넘기기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볼 때는 매일 손에 들고 30분이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마구잡이로 읽는 것이 오히려 정독하는 것보다 더 많이 읽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의 기준에 따라 정할 일이겠지만, 어쨌든 일정한 권수의 책을 읽겠다고 목표를 정하는 것 자체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가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이야기나 자투리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작년 9월에 이 책을 사서 채 분발하기도 전에 나는 폐렴에 걸렸다. 2주간 40도 넘는 고열 속에서 학교에 다니다가 엑스레이를 찍어보고서야 왼쪽 폐가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을 알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입원을 했다. 입원해서도 일주일간 열에 시달렸고 기침때문에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더 입원해야 하는데 학교 수업을 더이상 빠질 수가 없어서 열흘만에 다시 학교를 다녔다. 약의 부작용때문인지 온 몸이 무력해서 일어나 앉아있기도 어려웠고 누워서 시험 공부를 하다가 자버리곤 했다. 그리고 중간고사를 봤다. 폐렴은 한 달 좀 지나서 완치되었지만 몸이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면역력이 다 사라졌는지 감기는 항생제를 먹는데도 두 달 넘게 지속되었고 겨우 나았다 싶으면 다시 감기에 걸렸다. 걸을 때마다, 세수할 때마다 윗잇몸이 울리고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부비동염인지도 모른다고 검사를 했다. 폐렴에 걸린 후 반년간 내 몸 상태는 전반적으로 정상에서 어긋나있는 상태였다. 평소에 건강했고 병치레는 전혀 한 적이 없는데도 한번의 병에 이렇게까지 휘둘리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원망스러웠다. 그것도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다면 중요한 시기에.


그러던 와중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방 안에 두고서도 인생의 목표를 찾지 못해서 불행했고 최선의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에 한탄하며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슬럼프의 바다에 나 스스로 다이빙을 해버렸다. 그때 이 책을 봤으면 좀 달라졌을까. 아니면 그때는 이 책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까.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우연히 책 더미 속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나는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상황 속에 있었고 어떻게 행동했으면 더 좋았을지에 대해서.


후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완벽하지 않은 나의 인생이고 어쩌면 내가 정말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쓴소리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 책은 내게 도움이 되었다. 다시 나아가야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기 앞의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