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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ug 05. 2023

먹기, 국립현대미술관

휴가 둘째날(2)


휴가 둘째날은 금요일이었다. 이른 점심으로 가족 외식을 했다. 오랜만에 많이 먹었다. 다이어트는 어차피 직장으로 돌아가면 하게 되니까. 아마도...


그 다음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 갔다. 휴가지로 추천받은 곳이다. 예약은 미리 해두었다. 4호선은 집과 연결된, 주로 이용하는 노선이라 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대공원 역에서 내려 미술관 셔틀버스를 탔다.


대공원역 나오는 길... 미술관도 이런 느낌이었다

평일이라 셔틀버스는 한가했다. 외국인 여행객 몇명만 타고 있었다. 역에서 미술관까지는 거리가 좀 있는데 한여름의 진하고 무성한 나무들이 보기 좋았다.


미술관은 청계산 자락에 있는데 산의 느낌이 대학원 다닐 때 늘 보던 관악산과 비슷했다. 그때의 관악산은 차갑고 밀어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다행히 이분은 봤다. 마침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야외 조각들은 거의 못봤다. 예약한 실내 전시들만 봐도 몇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햇빛이 너무 세서 야외에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혹시 시간이 남으면 이따 보기로 하고 실내로 들어갔다.


가장 인상깊었던건 선과 공간이었다. 전시들은 선을 긋고 공간을 펼쳐서 드러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맨 처음에 그어진 선은 바깥과 구분되는 다른 영역이라는 경계선이었다. 옛날 사람들이 신전의 대리석에 발을 디뎠던 것처럼, 홍살문을 넘어섰던 것처럼 그곳은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이었다.


안에도 무수한 선들이 있었다. 전체 공간은 하나로 된 넓은 곳으로 보였지만, 나는 바닥의 저 선을 넘어도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공간을 어떻게 탐색해야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두 개의 큰 벽(?) 사이나 가장자리로 들어가 직선으로 가로질러도 되는지, 아니면 미로처럼 모든 벽과 벽에 붙은 글들을 읽으며 걸어가야 하는건지 몰랐다. 


미술관 안에서의 내 동선은 단순히 벽과 문으로만 통제되는게 아니라, 의도에 의해서도 통제된다. 전시한 사람들, 그리고 작가들의 의도에 의해서. 관람객인 나 역시 통제에 따르거나 따르지 않거나 하면서 작품의 하나가 된다.



미술관의 구성요소 중 그동안은 작품만 있는 것처럼 느꼈다. 마치 작품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그런데 이번에 느낀건 작품, 전시, 공간, 시간, 관람객들의 동선, 관람객들이 받는 인상들... 그런 것들이 모두 모여 미술관을 만든다는 느낌이었다.


참여형 전시에서 그린 민들레(?)


미술관이 주는 제의의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 전시였고 공간이었다. 맨 마지막에 본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 전시는  을 장식해주었다. 현대적인 의미의 굿을 본 느낌이랄까. 신비하면서도 약간 무서웠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른 줄 몰랐는데 내부만 돌아보기에도 3시간은 부족했다. 진짜 재미있었다. 너무 아쉬웠고 조만간 한번 더 보러가려고 한다.


휴가 둘째날은 이렇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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