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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Sep 02. 2023

감정들을 판단하지 않기


뚝섬 미술관의 '인사이드 미' 전시회를 한번 더 다녀왔다. 마지막 영상의 내용을 좀더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엔 그저 숙제를 안고 온 것처럼 무거웠고, 열린 결말의 드라마를 본 것처럼 허망했다.


영상의 독백을 적어왔는데 가끔씩 그걸 들여다보면서 이 감정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손에 딱 잡히는 뭔가가 없었다.


나의 모든 감정이 다 '나'이다. 나는 그 모든 감정들이 있는 이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요약하자면 이런데, 난 그게 정말 가능한걸까라는 의문을 아직도 갖고 있다. 그게 맞다고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실천이 안된다.


미사여구로는 물론 좋다. 내 감정들을 다 존중해줘야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야지. 그렇지만 실제로 해보려고 하면 쉬운 일은 아니다.


전시회에서 좀더 이 주제를 깊게 다뤄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다양한 내 감정들, 수치심, 죄책감처럼 나의 어두운 면까지 들여다보고 긍정할 수 있는 경험을 한 후에 그 영상을 보여줬다면 좀더 실감났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수많은 '사실'들처럼 이 사실도 받아들일수밖에 없긴 하다. 내가 인정하든 안하든 내가 느낀 모든 감정들이 나라는거. 그걸 인정할 때 나 자신도 긍정할 수 있게 된다는거.


그렇지만 수많은 진주알들 중에서 우리는 흠집없고 광택이 빛나는 것들만 고르고 싶어한다. 그게 내 인생, 나라는 사람을 상징하는 진주라면 더욱 그렇다.


나의 초라한 모습, 열등한 것처럼 보이는 모습, 남을 질투하고 남이 잘 안됐으면 하고 바라는 나쁜(?) 모습 등등. 그게 다 나 자신이고, 최소한 '나'와의 관계에서는 부끄러울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들인데도 우리는 그걸 숨기고 싶어한다.


남들의 이목도 신경쓰지만, 동시에 나 자신도 그런 내 모습을 싫어한다. 왜냐하면 완벽하지 않아보이고 추하고 결함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진주의 흠집있는 면에 세팅을 해서 완벽한 진주 반지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어두운 감정들을 인정하지 않고 뒷면에 감춰버린다.


우리가 매순간 감정들을 판단한다는 말을 이해할 것 같다. 흠 있는 것인지 흠 없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함있는 감정들은 쓰레기통에 던져버린다. 마치 그건 내가 아닌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감정들을 취사선택해서 '되고 싶은 나'가 될 수는 없다. 오직 현재에 존재하는, 그 모든 면을 가진 '나'만 될 수 있을 뿐이다.


내 안에서 끊임없이 파도치는 감정들을 관찰하고 판단없이 그냥 인정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다.


말은 쉬운데 나부터도 실천하려면 못하겠다:)


일단 하나의 방향성으로 갖고 가보려고 한다.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검열하려 할 때, 감정에 대해 판단하고 감정을 숨기려고 할 때 알아차리고 생각해보는 정도로.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가능해질수도 있지 않을까.


내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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