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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Dec 31. 2023

일년의 마무리, 그리고 새해



눈이 쏟아지던 어제, 밖에 나왔다가 얼어죽을뻔 했어요. 사고가 났는지 같은 버스 세대가 전전 정류장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거든요. 정류장에서 한 30분쯤 기다렸을 때 겨우 버스가 와서 집에 갈 수 있었어요.


저희 집은 지대가 높아서 눈이 올 땐 집에 갈 루트를 몇가지 생각해둬야해요. 버스가 막히거나 사고 날 때도 있고... 너무 많이 오면 차가 끊길수도 있으니까요.


십몇년 전쯤 한번 그런 일이 있었어요. 폭설이 내려서 갑작스럽게 버스가 끊겼어요. 아예 차들이 다니질 못했죠. 어그부츠가 파묻힐 정도의 눈 위를 밟으면서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나요. 사방이 고요하고 하얗고 인적도 없고... 평소라면 걸을 수 없는 차도 위를 걷는 기분이 좋았어요. 세상과 함께 명상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중 하나였어요.



얼마전까지 걱정했던 대학원에는 무사히 합격했어요. 학자금 대출도 신청해놓고 지도교수님께도 연락을 드렸어요.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감상하면서 자기소개서를 한번 더 다듬고 교수님께 메일로 보냈어요.


이제 연구실 막내가 되고 또 동기들과 대학원 생활을 하게 되겠죠.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잘 해낼 수 있겠죠. 이 두 마디만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아직 마음이 나약해서 '도전하고 있다, 나아가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대신 '저질러버렸다, 어쩔 수 없이 해나가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바꾸는데는 시간이 좀 걸릴까요? 아무튼 새해 목표는 올해보다 더 저질러보는거. 멍청해보이는 논문 목차도 보여드리고, 사람에 대해서나 연애에 대해서도 겁먹지 않는거. 없는 용기나마 끌어쓰면서 새해는 더 잘 보냈으면 좋겠어요.


올해 그랬던 것처럼요. 올해 정말 잘 살아왔던 것처럼.



여러분들께도 행복하고 용기있는 새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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