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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25. 2024

스스로가 대견한 어느날


휴가다. 휴가중이라 몸도 마음도 편해서 스스로에게 관대해진다.


대학원 성적은 다음주쯤 나오는데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신경 안쓰는 성적이다. A제로에도 하늘이 무너지고 샤넬의 C 앞에서도 고개를 돌렸던 (C 트라우마...) 예전이 생각난다. 그 삶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에 후회는 없다. 왜냐면 후회되더라도 후회하기 싫으니까.


그러고보면 나 스스로가 참 대견하다. 나한테 욕도 많이 하지만, 이렇게 기분 편할 땐 칭찬도 해주고 싶다. 뭐든 도전하면서 무너지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거. 내 안 깊은 곳에 있는 남을 무시해버리는 성정에 감사한다. 100가지 중 99가지는 남 신경쓰느라 괴로워하지만 마지막 하나는 단호하게 나를 세상의 중심에 놓아두고 타인을 배척한다. 그 결정적인 하나가 나를 살렸고 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오래 살아있을줄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퍽 행복하게 살 수 있을줄 몰랐다.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릴 때도 있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이 있다. 그런 회복탄력성이 아직 있다는게 기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금으로서는.


스스로를 칭찬해주려면 몸도 건강하고 마음도 편안해야 하는 것 같다. 휴가 때라도 나를 많이 칭찬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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