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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25. 2024

대충했는데 배우는건 많았던 과제

이번 학기 대학원을 다니면서 정말 대충대충한 과제가 많다. 대충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직장이 있으니까 전업만큼 시간을 쏟을수가 없었다. 는 변명이고 사실 잠잘 시간을 쪼개서라도 했어야 하는데 잘거 다 자느라 못했다.


(나는 우울증 관리 때문에 자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다. 어지간히 급한 일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잠을 줄여서 뭘 하진 않는다.)


그런데 대충 하면서도 배우는건 많았다. 텅 빈 A4용지를 아무말 대잔치로 가득 채우면서도 참고 논문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게 되고 내가 논문을 쓰려면 이 주제들을 공부해야겠구나, 이 분야 연구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들이 났다.


물론 열심히 했으면 더 많이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했다면 이마저도 못 배웠을 것이다.


아무튼 뭐라도 배워서 뿌듯했다.


지금은 방향을 잡고 관련 문헌들 조사를 하고 있다. 번역도 해놓고 공부도 하고 있다. 수업이 너무 없어서 방치된 느낌이었는데 공부는 역시 혼자서 하는 거였나보다. 과제들을 하면서 나만의 방향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대학원 대충 다녀보자, 과제 대충 해보자 하면 뭐라도 해낼 수 있고 거기서 배워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과제는 망해도 거기서 배운게 논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냥 이렇게 가보려고 한다.


무지개 너머의 잡힐듯 안잡힐듯한 완벽이란 애는 두고 내 갈길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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