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 선생 80주기 추모 창작 뮤지컬 '심우'를 보러 심우장에 다녀왔다. 심우장은 한용운 선생이 살았던 집으로 현재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갈 수 있어서 뚜벅이에게도 접근성이 좋았다. 다만 오르막인 골목길을 꽤 올라가야 해서 다리가 불편하다면 가기 힘들 것 같다.
올라가다가 고양이도 만났다.
대충 이런 오르막길로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소박하게 심우장이 있었다. 표지가 없었다면 일반 가정집으로 착각할 것 같은 곳이었다.
뮤지컬 내용은 대충 독립운동가 김동삼 선생이 경성형무소에서 순국했는데 일제가 두려워 아무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것, 한용운 선생이 가서 시신을 수습해오고 장례를 치렀다는 것이다.
가기 전에 이 줄거리를 미리 봤는데 재미없을 것 같았다. 어둡고 우울하고 슬픈 느낌의... 내용도 풍부하지 않은 스토리일 것 같았다. 그런데 직접 보니 완전히 달랐다.
한용운 선생의 딸인 영숙 역의 캐릭터가 너무 발랄하고 마음에 들었고, 배우의 연기력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김동삼 선생의 죽음과 비통해하는 한용운 선생이 중심에 있지만, 영숙 역에 의해 이 사건들은 100년 후의 후대, 현재로 옮겨진다. 그저 암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꿈꿨던 미래(지금의 대한민국)와 그 미래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이어지는 희망의 이야기였다.
중간에 관객과 소통하면서 백년 후의 후손들에게 지금 사는 곳은 살만하냐고 묻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내가 살고있는 이 평범하고 지겨운, 우울하기도 한 일상이 독립운동가들에게는 후손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었던 희망찬 조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피로 얻어낸 지금의 자유가 소중하다는걸 깨달았다. 동시에 지금 이 자유로 충분한가를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글쎄... 그때는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안에서 자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우리는 자유로울까. 나답게 살고 있을까. 이 나라 안에서 주권자로서 존중받고 살고 있을까. 우리는 행복한가...?
(정말 행복하면 자살률이 이렇게 높지도, 출산률이 이렇게 낮지도 않을텐데...)
심우장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도 계속 뮤지컬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또 듣고 싶었다.
성북동 길을 걷다가 밀곳간에서 소금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카드를 가져갔으면 어디 카페라도 갔을텐데... 급하게 대충 챙겨 나오다보니 카드를 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