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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30. 2024

만해 한용운 뮤지컬 '심우' 후기


만해 한용운 선생 80주기 추모 창작 뮤지컬 '심우'를 보러 심우장에 다녀왔다. 심우장은 한용운 선생이 살았던 집으로 현재 성북동에 위치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입구까지 갈 수 있어서 뚜벅이에게도 접근성이 좋았다. 다만 오르막인 골목길을 꽤 올라가야 해서 다리가 불편하다면 가기 힘들 것 같다.



올라가다가 고양이도 만났다.



대충 이런 오르막길로 올라가다보면 오른편으로 소박하게 심우장이 있었다. 표지가 없었다면 일반 가정집으로 착각할 것 같은 곳이었다.



뮤지컬 내용은 대충 독립운동가 김동삼 선생이 경성형무소에서 순국했는데 일제가 두려워 아무도 그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것, 한용운 선생이 가서 시신을 수습해오고 장례를 치렀다는 것이다.


가기 전에 이 줄거리를 미리 봤는데 재미없을 것 같았다. 어둡고 우울하고 슬픈 느낌의... 내용도 풍부하지 않은 스토리일 것 같았다. 그런데 직접 보니 완전히 달랐다.


한용운 선생의 딸인 영숙 역의 캐릭터가 너무 발랄하고 마음에 들었고, 배우의 연기력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김동삼 선생의 죽음과 비통해하는 한용운 선생이 중심에 있지만, 영숙 역에 의해 이 사건들은 100년 후의 후대, 현재로 옮겨진다. 그저 암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이 꿈꿨던 미래(지금의 대한민국)와 그 미래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이어지는 희망의 이야기였다.


중간에 관객과 소통하면서 백년 후의 후손들에게 지금 사는 곳은 살만하냐고 묻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내가 살고있는 이 평범하고 지겨운, 우울하기도 한 일상이 독립운동가들에게는 후손들에게 꼭 물려주고 싶었던 희망찬 조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피로 얻어낸 지금의 자유가 소중하다는걸 깨달았다. 동시에 지금 이 자유로 충분한가를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됐다.


글쎄... 그때는 외부의 적과의 싸움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안에서 자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시간이 아닐까. 우리는 자유로울까. 나답게 살고 있을까. 이 나라 안에서 주권자로서 존중받고 살고 있을까. 우리는 행복한가...?


(정말 행복하면 자살률이 이렇게 높지도, 출산률이 이렇게 낮지도 않을텐데...)



심우장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도 계속 뮤지컬의 여운이 남아있었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또 듣고 싶었다.



성북동 길을 걷다가 밀곳간에서 소금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카드를 가져갔으면 어디 카페라도 갔을텐데... 급하게 대충 챙겨 나오다보니 카드를 두고 왔다.


소금빵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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