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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4. 2024

진주 귀고리 소녀


진주를 모으다보니 반짝이는 진주로 유명한 이 그림에도 관심이 갔다. 그림에 관심을 가진 김에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책도 읽어보기로 했다. 마침 '일-집' 외의 것을 매주 한가지는 해보려고 결심한 후라 책읽기에 열의가 생겼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읽기 시작해서 한 3~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소설 한권을 읽는데 이렇게 시간이 드는지 처음 알았다.


소설은 두 개의 세계를 대비해서 보여준다. 하나는 그리트의 집과 푸줏간과 현실의 세계, 다른 하나는 베르메르의 집과 화실과 그림의 세계.


그리트는 베르메르의 집에 하녀로 들어가고 그림을 감상하게 되면서 이 두 세계 어디에도 확실히 속해있지 않게 된다. 그리트가 어느 세계의 누구인지는 그녀 본인도 알지 못한다.


진주 귀걸이는 그런 그리트의 상태에 대한 상징인 것 같다. 그림의 세계, 카타리나에게 속한 것이면서 동시에 그림의 모델인 그리트의 귀에 걸려있다. 진주 귀걸이는 그 누구에게도 온전히 속해있지 못한 물건이다.


그리트가 사랑한 사람이 베르메르인지 피터인지, 베르메르가 사랑한 사람이 현실의 그리트인지 그림속의 그리트인지 알 수 없는 채로 소설은 끝난다.


마지막에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진주 귀걸이를 남기고, 그리트는 푸줏간 안주인에 어울리지 않는 그 귀걸이를 팔아버린다. 베르메르의 집에서 도망치듯 나온 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그녀는 피터로 대변되는 현실로 뛰어갔다. 그렇게 현실의 세계에 안착한 그녀에게 진주 귀걸이는 더이상 필요없는 물건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뿌듯함이었다. 내가 책 한권을 다 읽은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나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한번만 읽기엔 좀 아까운 책이라 장면 장면을 다시 뒤적이며 읽어봤다. 이 책의 여운은 그림으로 남았다. 책의 시작이자 끝은 이 그림 하나로 설명할 수 있으니까.


미술에 관한 책을 좀더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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