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중요한 미덕이지만, 문득 지나친 겸손에는 한가지 함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겸손에는 '내 성공이 누군가에겐 당연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내가 성공을 자랑하면 누군가는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까 자제하는게 좋다'는 전제가 포함될 때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처럼 획일적인 욕망의 경쟁 사회에선 그 전제가 타당한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성공은 누군가의 패배일수밖에 없다. 누군가 가지면 누군가는 갖지 못한 것에 속쓰려하게 된다. 직접적으로 경쟁에 참여한 것도 아닌데 그냥 패배자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벼락거지라는 것도 그런 수동적 패배의 개념이다.
누군가가 무엇을 이루고 갖든 그게 그 사람만의 욕망이고 개성이고 세계인 것이 아닌...
그런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성취를 마냥 축하해줄 수 없고 그래서 지나친 겸손이 필요한건 아닐까.
하지만 나에겐 그런 지나친 겸손은 오만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그걸 원한 적이 없어. 그래서 네가 이룬 것에 아무런 시기나 부러움을 느끼지 않아. 네가 성취한걸 자랑스러워해도 돼. 축하해.
라는 마음의 사람들에겐 지나친 겸손이 당혹스럽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