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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06. 2024

외로움, 우울증

사랑도 이렇게 골라야 한다. 왠지 나는 치아바타일 것 같다...


외롭다.

가족은 있지만 남친 혹은 배우자가 없어서.


활력을 주는 일들이 필요한 이유는 작년부터 다시 찾아온 우울증 때문이다.


 1년여간 경험한 내 감정기복과 우울증이 대체 왜 생긴건지 한동안 궁금했는데, 오늘 문득 그 감정이 외로움이라는걸 알게 됐다. 목까지 가득찬, 온 몸을 차갑게 만드는 얼음 덩어리 때문이라는걸.


자리잡지 못함, 열등감, 실패 트라우마같은 것들도 물론 있지만 외로움의 비중이 훨씬 큰 것 같다. 마을 활동으로도 이 외로움은 잘 달래지지 않는다. 약을 먹어서 잠시 잊을 뿐이다.


외로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 소모임도 나가고 결정사도 등록하고 뭔가 해야 될텐데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마음만 아프다. 나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이 좋은데... 이제는 그렇게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게, 빵집에서 이름과 재료와 가격을 보고 빵을 고르듯 외면적인 것들을 보고 후다닥 결정해야 한다는게 너무 힘겹다. 그럴 판단력도, 에너지도 없는 내가 한심하고 부끄럽다.


우울증을 심화시킬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소울메이트같은 사람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함께 이야기하면 즐겁고 내가 못가진 부분을 가지고 있고 내가 상대방의 단점을 적당히 잊어버릴만큼 마음이 가는... 실패한 결혼, 고통스러운 결혼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연애나 결혼이 더 어려운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건 외적인, 성격적인 매력이 별로 없다는 걸까. 아님 내가 일상에서 만나는 범주가 너무 적어서 그런걸까. 자존감만 장창 깨져나간다.


결론은 외로워서 우울하다는거. 노력하지 않으니까 그 우울증이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는거. 그래도 몇년 전에 비하면 참 배부른 우울증이다. 연애라니. 결혼이라니...


서른아홉의 고비일까...?


괜히 우울증이 원망스럽다. 한창 이런거 고민해야했을 어린 나이에 쪼그라들어서 살게 만들고... 이건 우울증이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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