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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1 그리고 진심2

by 오렌지나무

사람에게는 꼭 진심이 하나만 있는건 아닌 것 같다.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할 수 있는 것처럼 여러가지 진심들이 마음 안에서 요동친다.


예전에 심리상담을 받을 때 '마음의 무대'라는걸 가정했었다. 무대 위에 올라가있는 감정이 현재 내가 느끼는, 사로잡혀있는 주된 감정이다. 그리고 무대 밖에는 수도 없는 감정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그 모든게 내 마음이고 진심이다.


그래서 가족이 나한테 실망하고 분노할 때, 그게 유일한 진심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건 약간의 오해이다. 무대밖에는 나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있을수도 있다. 비록 지금 보이진 않지만.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종종 자신은 가족에게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족이 순간적으로 화나서 하는 말들이 비수처럼 꽂혀서 피를 철철 흘릴 때도 많다. 그게 진심처럼 느껴져서 자살로 내몰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 한번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가족의 날선 비난이 진심이라고 하더라도 저 안에는 나에 대한 다른 진심도 있을 거라고...


아빠는 가끔 나의 인생 실패에 대해 날선 말들을 한다. 그러다가도 내가 최선을 다했고 자랑스럽다고 한다. 둘 다 그의 진심일 것이다. 누가 마음의 무대에 올라오느냐는 아빠 마음의 여유, 내 성과, 어르신들의 자식배틀... 그런 것들에 달려있다.


예전엔 그런 말을 들으면 머리 위로 바위가 떨어진 사람처럼 찌부러졌는데 지금의 나는 휘둘릴 때 반, 남일처럼 선 그을 때 반 정도이다. 밖에서의 내 영역이 커지고 내 관심사가 많아지고 내 주도성이 높아질수록 확실히 덜 휘둘리게 된다.


어느 경우든 지금은 아빠의 진심을 안다. 이것도 진심이지만 저것도 진심이란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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