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강해질 때까지 나를 모르기로 했다. 내 감정을 거울에 비추지 않기로, 쳐다보지 않기로.
어제 친구의 말을 듣고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이다. 나는 아직 약하다. 현실에서의 내가 좀더 단단하게 자리잡았을 때 마주하고 싶다.
요즘은 약에 기대서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 외국어 공부도 하고 전공 공부도 한다. 매일 화장도 한다. 회사에서 밝게 웃을수도 있다. 감정선도 단순한 편이다. 잘 다듬어진 감정들만 존재한다. 약이 아무 생각없이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듬성듬성 풀을 심고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심은 풀들이 자라고 또 자라서 풀밭을 가득 채우면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는게 아닐까. 현실을 좀더 잘 살고, 뭔가 열심히 성취하고, 내 커리어를 좀더 분명하게 만들었을 때, 나는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맞서서... 그 공허함에 대응할만한 많은 것들을 모았을 때... 나는 내 감정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게 아닐까?
어렵다. 친구 말도 맞고 내가 느끼는 내 상황 판단도 맞다. 갈림길에서 비틀거린다. 일단은 내 생각대로 가보기로 한다.
오늘도 아침에 두달째 미루던 일을, 증량한 ADHD약 한알을 털어넣고 2시간만에 끝내버렸다. 약 없이도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다는걸 아직 못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