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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휘 Feb 27. 2018

포커스의 뜻이 화로라고?

사진의 사소한 상식 -04-

사진에서 포커스(Focus)는 초점(焦點)을 말한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이 초점이다. 렌즈를 통과한 빛은 원리상 정확히 한 지점에만 수렴하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할 때는 항상 원하는 곳이 선명하게 표현되도록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근 대부분 카메라는 오토포커스(Auto Focus, 이하 AF)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AF가 적용되기 시작한 때는 1980년대 초부터다. 흔히 미놀타 a7000(미국에서는 Maxxum 7000이란 이름으로 판매됐다.)이 최초로 AF 기능을 갖춘 SLR 카메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펜탁스가 먼저 TTL 방식 AF 카메라를 선보였다. 펜탁스는 인기 SLR 카메라 ME 시리즈에 AF 기능을 넣은 ME F를 1981년 선보이면서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다.


현대적인 전자식 포커스 시스템은 캐논이 1987년 공개한 EF(Electro-Focus)에서 완성됐다. 이 시스템은 카메라와 렌즈 사이 기계적인 연결 없이 100%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초음파 방식으로 속도를 높이고 소음을 줄인 USM(Ultra Sonic Motor)도 도입했다.


포커스라는 말은 라틴어 포쿠스(Focus)에서 왔다. 사전적 의미로 ‘난로, 화로’를 의미하는 말이다. 추운 날 화로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처럼 렌즈를 통한 빛이 한 곳으로 모인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됐다. 단어 자체는 우리말 초점이 더 직관적으로 보이는 점이 흥미롭다.


초창기 카메라는 렌즈가 장착된 박스와 필름이 삽입된 박스를 앞뒤로 움직여 초점을 맞췄다. 이후 이 박스는 차광 처리한 주름막으로 변했고 35mm 필름 카메라가 발명된 이후에는 렌즈 내부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이뤄지도록 개선됐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렌즈가 움직여 초점 위치가 바뀐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더 크고 복잡하게 변한 최신 렌즈에서는 모든 구성이 앞뒤로 움직이지 않고 일부 요소만 움직이며 초점을 맞춘다. 자동 초점 장치의 모터도 발전해 자기부상 열차의 작동방식과 유사한 리니어 모터 방식이 적용되기도 한다.


최신 카메라의 포커스는 일부 인공지능이 적용돼 대상을 구별하고 파악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준다. 특히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제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뿐만 아니라 측면을 보거나 거의 뒤돌아 선 상황에서도 얼굴을 인식한다. 초점을 맞출 눈의 좌우 위치까지 지정할 수 있을 정도이니 기술의 발전이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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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사소한 상식>은 사진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입니다. 관련된 일러스트와 약 한 페이지 정도 되는 짧은 글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 기사는 디지털카메라매거진에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연재했으며 추후 브런치에서 비정기적으로 지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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