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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4. 2019

약한 자의 승리

 

 상상할 수도 없는 소박한 배경의 요리사가 있다. 레미는 쥐이기 때문이다. 레미의 프랑스 최고 식당 구스토 요리사 도전기. 애니메이션,《라따뚜이》를 소개한다.

 시골 쥐 출신이지만 미각과 후각이 발달한 레미는 아무거나 배만 부르면 그만인 다른 쥐들과 다르다. 집 주인에게 들켜 탈출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우게 하는 요리사, 구스토의 책을 급히 챙긴다.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남겨졌을 때 구스토의 영혼이 나타나 아름다운 파리에 있는 구스토 식당으로 인도한다. 현실의 역경을 딛고 인정을 받아낸 레미가 댓가로 주어진 빵과 치즈와 포도를 먹으면서 노곤하게 쉬고 있는 장면은 너무나 인상적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내고 난 후의 휴식은 최고의 쉼이고 모든 사람이 바라는 최적의 상태일 것이다.


 구스토 식당의 모토는 '누구나 요리 할 수 있다' 이다.

 이 모토는 최고의 요리를 한 요리사가 쥐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정을 받게 하는 주요한 가치로 힘을 발휘하며, 우리 모두에게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는 진실을 떠올리게 한다. 

‘역시 세상은 위험한 곳이다.’

‘인간은 쥐를 싫어한다.’

‘쥐들이 설 땅은 이제 없다.’

 모든 영웅들의 여정이 그렇듯이 레미의 길도 험난했다. 레미를 주저앉히려는 외부의 목소리들이 그치지 않았다. 더러운 시궁창 출신, 쥐 요리사를 인정하지 않는 주방장 스키너에게 잡힌 레미가 망연자실하며 갇혀있을 때 구스토의 영혼이 나타나서 하는 대화이다. 

“우린 이제 끝났군.”

“어째서요? 갇힌 건 나니까 내가 끝난 거죠. 당신은 자유예요.”

“난 네 상상만큼 자유로울 수 있어. 너도 그래.”

“척하는 건 이제 지겨워요. 쥐인 척 하는 것도 사람인 척 하는 것도! 당신도 상상일 뿐이죠. 내가 아는 것만 아는! 근데 왜 내게 충고를 하죠? 난 왜 듣는 척 하고?”

“척할 필요 없어. 넌 너니까... ”

 레미가 ‘척하며 사는 것’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쥐라는 이유로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지속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힘으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한 존재 부정 후 솟아나는 새로운 힘‘ 여기에 영웅의 본성이 있다. 레미는 척하기를 그만두고 진짜가 되어 '도전기'를 '성공기'로 완성시킨다.                                                                                          



jtbc 예능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발견한 보석을 소개한다.
이름은 안성진, 교원대를 나와 현재 과학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으면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작곡 실력과 기획력, 퍼포먼스 모두 훌륭하지만 내가 중요하게 본 것은 자신의 부족한 점과 공격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기 객관화, 자기 경영 능력이다. 
전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지원자들이 넘쳐나는 경연 무대에서 순수하게 음악적인 역량만을 비교하면 다들 너무 대단하게 보이고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과학쌤은 이에 좌절해서 짐을 싸지 않았다.
자신의 특이성, 독창성을 발굴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스스로의 강점을 보컬이나 연주실력 보다는 타고난 끼, 작곡과 편곡 능력, 기획및 컨셉 구상 능력 등으로 보고 이에 집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자신의 과학 전공과 직업을 고스란히 살린 매드 싸이언티스트(mad scientist) 즉, 미친 과학자 컨셉이었다.
그는 자작곡, '대리암', 'F=ma' 를 잇달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시킨다.
그리하여 수능 금지곡, 과학공식 랩, 물리 포기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다.
의상도 그에 맞는 과학자용 가운이나 공상과학영화 매니아 코스프레를 하는 재기발랄함을 보여주면서 동료들과 심사위원들에게 인정과 기대를 이끌어낸다.
나는 이 과학쌤 아티스트에게서 진정한 하이브리드적 인간을 발견한다. 
뉴튼과 음악을 사랑하는 과학쌤의 인생목표는 우주의 이치를 깨닫고 이에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가속은 곧 힘, 힘은 곧 가속도 되니
F=ma 다 Mass X Acceleration'


                                                             

“누굴 도울 것인가. 내가 돕는 대상을 구체화하는 것이 개인적 사회적 가치 실현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어려운 사람을 일으켜 함께 걸어갑시다.”
탤런트 차인표 씨가 한 그룹에서 개최한 사회적 가치 콘퍼런스 개막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탤런트 차인표는 최근 영화 감독이 되었다. 
영화사를 차린 이유가 놀랍도록 솔직했다. 평생 영화배우를 하고 싶은데 영화가 안 들어와서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어떤 부족함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 바로 이런 진정성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뷔 당시 신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급부상했던 그는 한 때 발음 논란, 연기력 논란 등으로 배우로는 크게 활약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입양, 기부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여로 감동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생산성 있는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등장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굳혀갔다. 
중년이 된 그는 이제 탤런트, 신애라의 남편, 카리스마 있는 영화 배우 보다는 진정성과 안정감 있는 ‘사람 차인표‘ 가 잘 어울리게 진화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감독 데뷔작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사전 정보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한국의 코미디를 알린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가스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실제 도전 자체를 기록하는 영화인 만큼 성공과 실패,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과정을 따라간다. 
특히 ‘옹알스’ 팀의 남다른 도전기 뿐 아니라 실제로 암투병 중에 공연을 하는 배우 ‘조수원’ 의 행보와 난관 속에서 꿈과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의 여정은 영화의 개봉과 결과를 떠나 이미 빛을 발하고 있다. 
연기 뿐 아니라 각종 사회 활동과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경험과 연륜을 가진 차인표 감독은 결과와 상관없이 개봉만으로도 감사하다는 특유의 겸손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초대한다.
“그저 감사한 마음이에요.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도 받고 이렇게 큰 관심 속에 선보이게 됐으니까요. 이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가끔씩 시야를 들어 멀리 볼 필요가 있을 때마다 꺼내 보는, 우리가 언제나 견지해야할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의 일부이다.

 '84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배를 타고 나갔지만 물고기를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한 노인이 있다. 그래도 노인은 좌절은 커녕 유쾌했다. 어부들이 비웃어도 노인은 화를 내지 않는다. 심지어 이제부터 바다에 혼자 나가야 할 처지가 되고 만다. 다섯 살 때부터 그의 배를 탄 인연으로, 노인이 아끼고 사랑하는 소년이 가족의 반대로 다른 고깃배에서 운을 시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런 앙심도 품지 않는다. 그리고 여든다섯 번째 아침, 그는 또다시 부푼 가슴을 안고 바다로 나간다.

......

마침내 그는 커다란 물고기를 낚는다. 그는 물론 어느 누구도 잡은 적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놈이었다. 잡아당기는 힘이 어찌나 센지 낚싯줄을 잡은 손바닥이 줄에 쓸려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그런데 노인은 줄은 풀어 물고기가 그를 먼 바다로 끌고 가게 한다. 소년이 함께 있으면 좋겠다고 빌면서도 노인은 적어도 한판 승부를 벌인 청새치를 낚고 배에 관해 농담할 수 있음을 오히려 감사한다. 하루 낮과 밤을 꼬박 보내고 하루를 더 가야 하는 데다 망망대해에 청새치와 자신 단둘뿐이어도 노인은 낙담하지 않는다. 심지어 평생 나와 본 중 가장 먼 바다로 나와 절망이 밀려오지만 여전히 자신을 다독인다. 자신에게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만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은 뻣뻣하게 굳어 쓸모가 없고, 배는 고프고, 목은 마르고, 강렬한 태양에 눈도 보이지 않지만 그는 언젠가 아프리카 해안가에서 본 사자들을 떠올린다. 천국의 풍경같았던 그 모습을. 그것은 그를 사정없이 잡아당기는 청새치보다 더 크거나 더 아름답거나 고귀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침내 청새치가 죽고 얼마 후 상어가 죽은 물고기를 먹으려고 나타난다. 처음에는 한 마리였던 것이 나중에는 여섯 마리로 늘어난다. 노인은 잡은 물고기를 잃고, 상어를 쫒으려다 칼마저 없어져 곤봉으로 쓰려고 나룻배의 용골마저 빼어든 뒤에도, 결국 청새치의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고 모진 시련으로 기진맥진한 채 의식마저 잃을 정도가 되어도, 드디어 해안가에 도착했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뼈뿐이어도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남은 것은 뼈뿐이어도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노인은

내일 아침 또다시 부푼 가슴을 안고 바다로 나갈 것이다. 이럴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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