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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4. 2019

미카엘과 루시퍼

 

1. 분별력의 천사


 미카엘은 히브리어 ‘누가 하느님과 같은가?’에서 온 말이다. 미카엘은 성경 본문에서 그 이름이 나오는 유일한 천사장이다. 또한 미카엘은 다니엘서에서 민족의 통치자로 예견되었다. 자비와 정의의 천사 미카엘은 지력과 용맹함을 갖춘 신의 사자로 신의 뜻에 반하는 사탄을 물리치고, 죽은 자의 영혼을 저울에 달며, 신성한 일과 보통의 것을 구별하는 일을 한다. 미카엘은 설화나 미술작품, 판타지 소설에 많이 등장하며 인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레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도 출연한 바 있다.

 


2. 처음에는 뛰어났다


 루시퍼는 알려진 바대로 타락한 천사이다. 원래는 천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능력이 뛰어나며 신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존재였다. 루시퍼는 인간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특히 예술 분야에서-을 발휘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힘이다. 루시퍼의 모습은 신의 오른팔로 활약하는 대천사 미카엘과 흡사하다. 그들이 쌍둥이였다는 말도 전해진다. 대천사 미카엘과 닮아있고 사람들의 능력을 실현하는데 필요한 힘을 가진 루시퍼는 왜 천사의 권능을 잃고 추락했는가?  

 


3. 지옥은 교만한 마음


 신의 은총을 받은 자신의 빛남은 점차 신의 옥좌를 넘보게 했다. 황금빛으로 찬연히 빛나는 신의 옥좌에 자신이 앉는 것이 잘 어울릴 것이라는 오만한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과 신조차 감탄하는 능력을 갖추었으므로 두려울 것이 없었다. 

점점 커진 교만한 마음은 신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불꽃에 휩싸여 지옥의 나락으로 추방되었다.



4. 순수함이 변질되면 지독한 냄새가 난다


 최초의 성냥의 이름이 루시퍼였다. 성냥의 원료인 황은 순수한 물질일 때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다른 물질이 섞여서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 최초의 성냥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났으므로 타락한 천사인 루시퍼의 이름을 띠게 되었다. 


 루시퍼는 라틴어로 Lucifer(루치페르)라고 읽으며 이사야 14장을 출전으로 두고 있다.

 루시퍼의 이름은 ‘빛을 내는 자’, ‘새벽의 샛별’이라는 뜻으로 샛별인 금성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금성과 지구가 처음에는 쌍둥이 행성이었으나 온실효과로 인한 표면 기온의 상승으로 불바다의 지옥이 된 사실과 대천사 미카엘과 쌍둥이로 태어나 신으로부터 가장 사랑받았으나 교만으로 인해 지옥으로 추방당한 루시퍼와 연결 지을 수 있다.


 ‘빛나는 별’의 원문은 히브리어 헬렐(Helel)이다. 헬렐이라는 단어는 존귀함과 아름다움, ‘뛰어난 이들’을 수식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루시퍼의 추락은 그 이전의 존귀함과 아름다움, 뛰어남으로부터 변질된 것이다. 




5. 물질적, 실질적 활동만 활발해지고 정신적인 삶이 빈약해지면 신적 원천이 흐려진다


 아리만적 존재 역시 그 현시에 저항하면서 일한다. 아리만적 존재들은 인간을 특별히 정신적으로 만들려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정신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인간은 완벽하게 발달된 동물이라는 사상을 주입시킴으로써 더 이상 노력하지 못하게 한다.  인간의 물질적, 감각적 삶 외에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 기술적, 실질적 활동만을 고양시킨다. 아리만적 정신들은 인간의 신적 원천을 흐리게 하는 힘이다.

     


6. 중력과 부력의 균형


 번지점프를 한 적이 있다. 생전에 한 번은 해볼 만한, 두 번은 안 하고 싶은 경험이었다.

 두려움도 컸지만 기대했던 것은 ‘비상’의 기분이었다. 막상 공중으로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진 감정은 ‘죽음’ 그 자체였다. 날개 없는 육체로 경험된 비상의 경험은 육중한 중력일 뿐 부력은 일도 느낄 수가 없었다. ‘비상‘에의 기대는 환상이고 꿈일 뿐, 실제 하는 감각은 ’ 추락‘에 다름 아니었다.

 비상은, 꿈은, 부력은 추락과, 밑바닥과 중력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온몸의 세포가 곤두서는 강렬함으로 경험되었다.


 물밑에서의 백조의 발길질은 지상의 인간으로서의 육체성을 설명하는 소재로 자주 등장하며, 마치 그 설명을 위해 신이 만들어 논 예술품인 듯이 적절하다.

 누구나 희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의 삶을 꿈꾸지만 그 삶을 유지하고 지켜내기 위해서 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보이지 않는 빠른 발길질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발길질이 멈출 때 우아함도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7. 날개와 꼬리의 퇴화


 '이카루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다. 이카루스 신화는 날개를 만들어 밀랍으로 몸에 붙이고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갔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 바다로 추락한 이야기로 루시퍼의 추락과 주제를 같이한다. 

 땅 위에 발을 붙이고 사는 인간은 날개가 퇴화한 흔적인 견갑골과 꼬리가 퇴화한 흔적인 꼬리뼈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인간은 날개의 흔적은 있지만 날개가 없으며, 꼬리의 흔적이 있지만 꼬리가 없다. 


 옛사람들의 지혜가 담긴 설화나 예술 작품들에서 ‘날개’라는 소재를 통해 지상에 발붙인 인간으로서 ‘비상’의 꿈과 함께 ‘추락’의 가능성을 자각하게 한다. 자기 존재의 근본을 모른 채 교만으로 시도하는 온갖 지적인 노력들의 무모함을 경고하고, 천사도 될 수 있고, 동물도 될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또는 두려움으로 탐지하게 한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함과 아무렇게나 가서는 안 되는 겸손한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8. 힘을 사용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것은 잠재된 교만이다


 삶의 의미이든, 구체적인 일이든, 어떤 일, 어떤 상황에서 한계를 느낀다는 것은 그곳이 바로 내가 배워야 할 것, 극복해야 될 것, 지금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전환되어야 할 어떤 지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계에 부딪혀서 답을 못 찾고 있어서 힘든 경우든,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해서 힘들든 자신이 가진 힘이 변형을 요구하는 지점에 닿아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을 믿지 못하고, 그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신에 대한 잠재된 교만이다.




9. 배우고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일이다


 '한계'는 누구나 느끼는 상태다. 거기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 초조함과 절망감의 감정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다 느끼는 감정이다. 최고의 학력이나 스펙을 가진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신의 위치에서 느끼는 한계가 다 있게 마련이고, 그로부터 배우고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이 인간의 일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나아가고자 하는데 대해 못 가도록 방해하는 정신적인 힘, 그 악령이 원하는 것은 나를 살찌게 하고 멍청하게 하고 두렵게 만들어서 내가 원하는 곳으로 못 가게 만들고,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려움에 갇혀서 포기하지 말고 더 가까이 다가가서 두 눈을 더 크게 뜨고 더 자세히 지켜볼 일이다. 그럴 때 두려움은 힘을 못 쓰고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결국 사라진다. 



10. 자유로운 의지를 향하라


 왜 루시퍼를 알아야 하는가? 그 악령의 이름이 루시퍼이기 때문이다. 타락한 천사.

 하느님의 천사였던 루시퍼가 왜 그렇게 되었는가?

 인간의 자유로운 의지를 억제해서 자신이 원하는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인간을 선한 존재로 만들지만 동시에 자유 의지는 허락하지 않는다. 자유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는 순응적인 인간, 자동인형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도 자신이 원하는 자유로운 의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기회를 통해
스스로가 원하는 자유로운 의지에 도달하려고 노력하고,
그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확보하는 소중하고 유일한 가치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의미에 도달할 수 없고,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는 진정으로 타인의 자유를 허용할 수 없고, 성공과 기쁨을 함께할 수 없다.

자유롭지 못한 존재, 루시퍼의 방해를 무시하고, 나의 목표, 나의 자유를 향해 나아가자. 

그럼으로써 루시퍼에게 휘둘리지 않는 강인하고 온전한 정신으로 거듭나자.



11. 내 안의 열정에 따라 창조해가는 기쁨의 방식


 자유로운 존재가 됨으로써 타인의 행복과 성공을 시기하지 않고 온전히 축하해 줄 수 있고,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스스로 자유롭지 못한 루시퍼적 존재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자유를 가진 타인을 진정으로 축복해 줄 수 있는 힘이 없음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을 함께 추락시키는 파괴적인 힘으로 변질된다. 

 “어차피 힘들게 해 봤자 되지도 않는 것, 다 같이 이까지만 하자. 이 정도로도 괜찮아.”

 루시퍼적 존재는 자신과 타인의 달란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하향평준화 시키고 일반화한다. 


 신의 천사 미카엘은 자신의 욕망과 능력으로부터 시작하는
기쁨의 사람에게 함께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달란트를 사용하고 나의 기쁨이 너와 우리로 확장되는
생산적인 삶을 지향한다.
세상에 주어진 것에 반응하지 않고 내 안의 열정을 따라 창조해 가는
기쁨의 방식을 선택한다. 




12. 성냥개비 인간


 오랜 기간 수많은 꿈을 꾸면서 기억에 남는 꿈들 중 가장 무서운 꿈은, 괴물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려고 했는데 못하게 된 것, 그것을 후회하는 꿈이다. 꿈이든 현실이든 후회의 감정만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가장 좋은 꿈은 초기에는 내가 여신이나 멋진 배우가 된 꿈이라든가 신령스러운 동물이 나온 꿈, 큰 부자가 된 꿈, 현재의 내 상황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꿈들이었다.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당장이라도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힘이 솟았다. 초자아 검열로 억압된 현실이나 미발달 된 심리가 비판적인 초자아가 없는 순수한 욕망의 세계인 꿈으로부터 받은 보상이고, 성장하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였다. 욕망의 현실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지금, 나에게 가장 좋은 힘으로 기억되는 꿈은 내가 ‘성냥개비인간‘이 된 꿈이다. 그 꿈을 꿨을 당시, 다시 일어서기 힘들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지하로 떨어져 온 힘으로 기어 올라온 나를 누군가 밀어내어서 다시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던 당시였다. 그 힘든 길을 다시 나설 힘은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성냥개비인간이 되었다. 성냥개비처럼 작고 연약한 나의 손발에 실이 연결되어 마치 꼭두각시 인형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위에 그 작은 나를 조종하는 큰 내가 있었다. 큰 내가 조종하는 대로 성냥개비인간은 부러질 듯 가는 다리를 힘차게 들어 올려 몸보다도 더 큰 계단을 올라갔다. 



13. 매일의 부활


 꿈에서 깨어난 아침, 나는 ’ 부활’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무기력한 육체성을 가진 하위자아인 내가 어둠 속에 던져질 때도 다시 일어나서 걸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위자아, 나의 정신은 육체와 같이 절망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밀려왔다 사라지는 파도처럼 지속되고 있음을 알았다. 이 땅에 태어난 순간부터 생이 끝나는 날까지 끊임없이 지속되는 유일하고 영원한 것, 호흡, 그 생명이 나임을 깨달았다.


 시각에 따라서 ‘꿈은 깨면 사라지고 마는 한낱 꿈일 뿐이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모든 꿈은 한 조각도 의미 없는 것이 없고 신이 보내는 메시지이다 ‘로 보는 시각도 있다. 꿈이 틀렸다면 우리가 해석을 잘 못한 것일 뿐 꿈이 틀릴 수는 없다는 옛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돈이 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꿈이 또 다른 종류의 앎이고 에너지임을 믿지만 그와 동시에 무의식이 보내주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현실에서 살아나가 삶이 되지 못한다면 돈을 가지고도 쓰지 못해서 궁핍한 것과 같다. 현실에 단단히 발붙이고 그 힘을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한다면 꿈은 또 하나의 환상이고 의존이 될 뿐이다.



14. 나만의 신화 만들기


 후회하지 않는 삶, 모두가 원하는 마지막 모습일 것이다. 

 가장 무서운 감정, 후회하지 않는 삶은 영혼이 보여준 것을 선택하고,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힘을 쏟는 육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신만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 이야기에 스스로 감동받을 수 있다면 그것은 신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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