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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l 14. 2019

마음을 챙기는 글쓰기

 

 이만큼 살아오고도 염치없이 또 바램이 있다면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가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해도 어떤 일을 하든지 글을 잘 쓰면 좋겠다. 선생님이라면 글을 잘 쓰는 선생님, 화가라면 글을 잘 쓰는 화가, 청소부라면 글을 잘 쓰는 청소부가 되면 좋겠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고,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생각과 감정을 잘 정리한다는 것이니 사람이 나이 들어가면서 글을 잘 쓰게 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잘 갈무리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소개하는 세 가지 글쓰기는 시간이 부족한 일상 속에서 삶의 자세를 바로잡고 긍정적인 일상의 힘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 방법들이다. 가능하면 이른 아침에 글을 쓰는 것이 좋다.



주제가 있는 의식의 흐름 글쓰기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지정한 짧은 시간 동안 글을 쓰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주제와 짧은 시간이라는 조건을 확실하게 부여함으로써 막연하고 모호하게 확장되는 경계를 좁혀 집중력있게 결과물을 낼 수 있으며, 자신의 상태를 확실하게 점검할 수 있다. 보다 더 구체적인 주제와 더 짧은 시간을 설정하면서 점차 추상적인 주제와 긴 시간으로 확대해 나가면 더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막혔던 물꼬를 트는데 수차례 기여한 방법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글쓰기 주제란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 내가 지금 해결하고 싶은 지배적인 감정은 ⸏⸏⸏⸏⸏⸏ 이다.

◾ 내가 지금 도저히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이다.

◾ 내가 지금 가장 두려운 문제는 ⸏⸏⸏⸏⸏⸏ 이다.

◾ 나는 왜 ⸏⸏⸏⸏⸏⸏ 에 대하여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고 그만두려고 하는가?

◾ 나는 왜 ⸏⸏⸏⸏⸏⸏ 에 대하여 꼭 이루고 싶어 하는가?

 이런 식으로 지금 내 앞에 막혀 있는 문제에 대해 ‘유도문’을 제시함으로써 혼돈의 감정으로 오염된 공기를 환기시킬 수 있다.

 ‘할 수 없다’, ‘안 된다’, ‘해야 한다’와 같이 막연한 무거움으로 가로막는 감정의 벽을 무너뜨림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요인들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감사 일기

 그녀가 진행하는 토크쇼를 보지 않았어도, 그녀가 쓴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이름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다 아는 존재감 있는 여성 오프라 윈프리, 그녀가 써서 유명해진 감사 일기는 효과 만점의 비타민과 같은 글쓰기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가난한 미혼모에게 태어나 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아홉 살에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14세에 출산과 동시에 미혼모가 되었으며, 아기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죽었다. 그 충격으로 가출하여 마약을 복용하며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살았다. 극심한 불행 속에서 그녀는 아무도 자신을 구해줄 수 없고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신만이 그런 자신을 구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매일 잠들기 전에 하루에 있었던 일 중 감사한 일 다섯 가지를 적는 감사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감사 제목을 스스로의 입을 통해 스스로에게 말했다.

 결국 자기를 통해 나온 말씀으로 말미암아 자기가 자기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스스로를 불행의 늪에서 구원해 낸 것이다. 어렵게 설명되는 모든 신학과 철학, 심리학의 핵심이 이것이다. 자기 구원, 자기 해방, 자기 교육, 자기 치유… 자기 구원의 실천 방법으로 지금 당장 쉽게 실천 할 수 있는 것이 감사 일기다. 

 삶의 의욕이 전혀 없었던 107kg의 몸매를 가졌던 오프라 윈프리는 미국에 영향력 있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영화배우로, 부자로,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얻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눈부신 존재로 우뚝 섰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된 지금도 날마다 밥 먹는 일처럼 감사 일기는 빼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의 감사 일기는 이런 식이다.

◾ 오늘도 거뜬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유난히 눈부시고 파란 하늘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점심때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얄미운 짓을 한 동료에게 화내지 않았던 저의 참을성에 감사합니다.

◾ 오늘 좋은 책을 읽었는데, 그 책을 써준 작가에게 감사합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박한 기도 제목에 더 가슴이 찡해왔다. 특히 스파게티에서 그랬다. 풀코스 요리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스파게티에 감사하는 마음, 지금 온전히 기쁘지 않다면 바로 그걸 잊고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

나 또한 인생 최대 고비에서 이 주일 동안 수제비만 먹으면서 버틴 적이 있었다. 청소 아르바이트를 할 때 주말과 휴가철 같은 성수기 때는 식사할 틈도 없이 바빴다. 배는 고프고 먹을 시간이 없을 때 선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입 속에 쳐 넣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스파게티는 화려함의 극치인 것인데, 인간의 정신이란 그 상황을 빠져나오면 금방 헤이해지고 만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렇듯 감사 일기 한 문장에 배고픔의 경험이 있다는 것조차 감사함으로 재표출 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감사 일기를 통해 두 가지를 배웠다고 한다.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삶의 촛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오늘 아침 하늘색이 신비로울 정도로 파랬고, 그 파랑을 보면서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 기도가 떠올랐다.

포토샵의 그라데이션 기능을 사용하여 오늘 아침에 본 하늘 모습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감사 일기를 썼다.

◾ 덥지도 춥지도 않은 부드러운 공기와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힘이 나는 좋은 꿈을 꾸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늘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을 만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일상생활에 차질 없이 하루를 마감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 건강하고 튼튼한 몸과 마음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할 수 있는 마음도 근육처럼, 습관처럼 키워지고 단련되고 강해진다. 감사하는 마음이 나오면 퇴행하지 않는다. 감사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으로 성장을 향한다. 그렇게 되면 감사할 일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어떤 상황도 감사로 충만하게 채울 수 있다. 좋은 상황 속에서만 기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사하는 마음의 힘으로부터 나온다. 아! 갑자기 정말로 감사해진다.

     



다음은 놀이처럼 가볍게 쓰면서 마음을 환기 시킬 수 있는 글쓰기이다.


하이쿠 

 하이쿠는 5, 7, 5의 3구 17자로 된 일본의 단시로 짧은 시이지만 마음 속에 풍경을 크게 펼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문학치료(시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이쿠는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거나 과거에 머물러 버리는 것을 막아 주기도 한다.

 첫 행은 자연적 이미지를 담고, 두 번째 행은 그 이미지를 이어서 움직임을 더한 뒤, 세 번째 행은 전체적인 진실을 끌어온다. 이 세 번째 행에서 감정을 고양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점검할 수 있는 좋은 도구로 활용해보자.


담담한 마음

힘든 건 당연하다

더 강해지자


그래도 좋네

내가 나라서 좋네

감사한 마음


살아가야지

깃털처럼 가볍게

웃음 지으며


틀린게 없네

겸손 안할 수 없네

따라가 보자


나를 돕는 자

내가 나의 천사다

내가 천사다


하나 하나가

정말 신비롭구나

인간의 정신


천둥이 친다

어둡고 흐린 하늘

힘이 솟는다


하이쿠 놀이

하다보니 재밌네

은근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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