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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내 안에 숨겨진 힘에 대한 믿음

by 오렌


어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었다. 삼 년 전인가? 그야말로 평소에 써두었던 것을 응모 템플릿에 맞추어 옮겨보는 기분으로 응모한 적이 있었고, 특별한 준비 없이 그냥 한번 해본 것은 떨어져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이번에 두 번째로 응모한 것이었는데, 한 달 가까이를 공들여서 한 작업이라 조금의 기대가 있었다.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집중해서 하나의 완결된 작업을 하면서, 안 되더라도 다른 방향의 플랜 B로 활용할 방안도 생각해두고 있었다. 발표된 열 권의 브런치북에 내 브런치북은 없었고, 플랜 B가 있기에 실망이나 서운한 기분은 덜했다.


플랜 B란 남들은 모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응모했던 원고들을 다시 한글 파일에 옮겨서 새로운 시각으로 재검토하고 퇴고해서 출판사 투고나 부크크 출판 등을 통해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한 것 같은 계획이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한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감정을 낳게 하고 기운을 다르게 한다. 결과에 따른 길이 정해지고 나자 빈말이 아니라 내가 당선자가 아니지만 확실한 D-day가 정해져 있는 공모전을 연 주최 측에게 감사한 마음이 일어났다. 그런 장이 존재하는 덕분에 오래전에 써두었던, 언젠가는 새롭게 고쳐 쓸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내지 못하는 일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꿈에 대한 글을 공모전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꿈 역시 결국 내 안에 숨겨진 힘에 대한 믿음이 만들어내는 창조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서이다. 가진 돈이 상대적으로 많고, 남 부럽지 않은 직장을 갖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뭔가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고 불안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꿈으로 말하자면 이런 경우, 현실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는데 꿈자리가 뒤숭숭하고 뭔가 불길하다. 반대로 돈이 없고, 앞 날이 불투명하고, 고독한 삶 속이며,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도 담대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의 꿈은 늘 새로운 길로 이어진다. 끊어질 듯 끊어질 듯 더는 길이 없을 듯이 막다른 골목에서 모퉁이를 돌면 지금까지 걷던 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이 이어진다. 새로운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길은 끊길 수는 있지만 없지는 않다. 걸어가면 길이 된다.


꿈일기를 십이 년간 써올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그런 꿈의 길성, 아무리 실망스럽고 좌절이 되는 상황 속에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의 가능성과 무한성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 빠져서 이제는 정말 꼼짝없이 죽는가 하면 그 끝에서 폭포 아래로 떨어져 새로운 고대 왕국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 것이 꿈과 우리 마음의 본성이다.




인간에게 자유를 추구하고 개성을 양성하려는 공통적인 목표가 있다. 이 목표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의식이 저절로 엮어내는 상징들을 제대로 분석하는 것, 거기에 본인을 조금씩 더 풍요롭게 가꿔갈 수 있는 기회가 들어있다.
사람은 빛의 형상들을 상상하는 것으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자신이 품고 있는 어둠을 의식으로 만들어야만 깨달음이 따르게 된다.

-칼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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