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발견하는 마음으로부터의 해방

-류시화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읽고 3

by 오렌

류시화 작가의 신작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 수록된 44편의 글을 세 번에 나누어서 읽고 쓰는 마지막 시간이다. 제목으로 썼듯이 "멋진 여행을 마친 기분"이다.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 그들이 한 말, 기상천외한 에피소드, 반전, 감동, 교훈, 깊은 내공과 섬세한 감수성의 행복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실재 책에는 상징적인 공작새와 꽃 그림 몇 점 밖에 수록되어 있지 않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인도의 골목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하다>에 나오는 '시원한 망고 후레시 주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에 나오는 '양이 너무 적은 오므라이스', <인생 영화>에 나오는 '맛없는 샌드위치' <가지에서 미소 짓지 않는 꽃은 시든 꽃>에 나오는 '지구 행성 최고의 간식, 말린 살구', <그대, 얼마나 멀어졌는가>에 나오는 '물을 많이 타서 노란 주스 사이로 물결이 보이는 오렌지 주스', <찾아오지 않으면 찾아가기>에 나오는 '대대손손 잘 발효된 유산균 요구르트'를 즐겁게 먹었다.


<새는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한다>에 나오는 불행한 삶 속에서도 매 순간 "다행이야"라는 만트라를 말하며 기뻐할 무언가를 찾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삶의 기쁨을 찾을 만트라를 생각했고,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여행을 안내하고 있다>에 실린 '소울그룹'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서 나의 소울그룹이라고 할만한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고, <당신도 누군가를 꽃 피어나게 할 수 있다>에 수록된 카프카의 아름다운 실화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서 소개한 톨킨의 <당신의 잎새-신의 선물>을 읽을 때와 같은 깊은 충격과 감동을 주었으며, <문제를 발견하는 문제>에 실린 '불행의 크기'와 '그것을 담는 마음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는 '유리잔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면 된다'는 넓은 마음의 유용함을 알려주었다.


라벨, 드뷔시, 쇼송의 음악,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라흐마니노프,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는 쇼송의 '시곡'이나 막스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 등 젊은 시절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던 작가의 일화 속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하나하나 찾아 듣게 했다.



<타인의 문제는 노 프라블럼, 나의 문제는 빅프라블럼>에서 소개한 한 인도인 남자의 세 가지 말은 내 인생의 모퉁이마다에서 불쑥불쑥 나타나서 단단해진 에고의 허물을 벗게 했던 류시화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늘 만날 수 있었던 말들이었고, 다시 반갑게 조우할 수 있었다.

1. "노 프라블럼!"

2. "그 사람의 업보야."

3. "걱정할 일이 아니야. 신이 도와줄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발견하는 마음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해 말하고 있는 이 책을 내려놓으며, 새해를 시작하는 마음이 한결 여유롭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방향이 살짝 바뀐 것도 같고, 바로 앞만 보던 근시안에서 내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넓고 깊은 시선으로 포커스를 옮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어떤 장면을 찍고 있든 주인공의 눈동자가 반짝이면 된다'는 마지막 페이지의 메시지처럼, 초조해하지 않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의 길을 걸어가려 한다.

'다 업보고, 노 프라블럼이며, 신이 도와주신다'는 단호한 낙관주의로 무장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