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님 시화집 <눈으로, 마음으로>
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그리고 한동안 의식의 표면 위로 떠올리지 않고 있었던 내 마음의 화가, 노은님 작가님의 책을 집어 들었다.
작가 소개
1946년 전주에서 태어나 1970년 독일로 이주했다.
함부르크 시립 외과병원에서 개최한 전시회를 계기로 클레와 칸딘스키의 바우하우스 직계 제자였던 한스 티만 교수에게 발탁되어 1973년 국립 함부르크미술대학 회화과에 한국인 최초로 입학했다.
졸업 후, 전업작가로 활동하면서 권위 있는 예술가 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화가로서의 명성과 입지를 굳혔다. 그녀의 작품은 "동양의 명상과 유럽의 표현주의를 잇는 다리"라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공식적인 작가 소개는 이러하지만, 노은님 작가의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결코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고,
푸시킨이 나에게 말했고, 노은님 작가가 보여주었다.
마음에 때가 끼어 몸이 무거운 어느 날, 노은님 작가의 그림을 보고, 시를 읽으면 편안해진다. 맑아진다.
힘주고, 긴장하고, 아는 척하고, 잘하려고 애쓴다고 피곤해진 나를 내려놓게 된다.
나도 그분처럼 그렇게, 담대하게, 당차게, 솔직하게,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관심있으신 분은 유튜브나 EBS 다큐 등을 통해 찾아보시면 큰 울림을 받으시리라 믿는다.
이 책은 노은님 작가의 그림과 시가 실려있는 시화집이다.
나는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는
두 눈이 있고
마음대로 무엇이든 만질 수 있는
두 손이 있으며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주는
두 발이 있고
그 모든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음에 감사드린다.
내 고향은
예술이다.
나는 그 속에서 지치도록 일하고
펄펄 뛰며
조용히 쉴 수 있다.
예술은 나를 그냥
그대로 다 받아 준다.
돌이켜보면 내 안에는
늘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살아왔던 것 같다.
감정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
이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야
마음도 편안해졌다.
어디 이 둘 뿐이었을까.
욕심 많은 사람,
질투하고 싫어하는 것이 많은 사람,
뭔가 주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
보채고 칭얼대는 어린아이,
때론 살기 싫어서 아우성치는 사람도
그 안에 살고 있다.
나는 언제나 혼자
떠돌아다니는 구름이었다.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내 마음대로 느끼고,
내 마음대로 훌쩍거리며 살았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다.
이제 나이가 오십이 넘었는데도
마음은 항상 사춘기다.
이놈의 철이 아직도 안 난다.
언젠가 바다의 큰 바위가 되어
파도가 쳐도 끄떡하지 않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
노은님은 그림도 글도 딱 자기 자신과 닮았다.
나도 이 글을 쓰실 때의 작가님처럼 나이를 먹었다.
나의 글과 그림은 아직 나를 닮지 않은 것 같다.
끝까지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점점 더 그림과 글이 나 자신을 닮아가기 바란다.
나 자신이 내 글과 그림을 닮아가기 바란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딱 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