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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01. 2016

나는 누구인가

-지탱하는 힘을 위한 글쓰기

 

 부쩍 티비에 관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소위 힐링 프로그램이 많이 보인다.
이것도 심리학 서적이 유행하듯이 사람들의 실재를 반영하는 하나의 트랜드라 생각된다.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이나 스타 강사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자신의 인생역정과 실패담을 늘어놓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사랑하고 극복해서 결국 성공에 이르게 된 여정 속에서 찾은 각자의 메세지를 힘주어 말함으로써 대중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박수를 받는 그런 형식들이다.

 그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who am I 마켓이 도래하고 있다는 시대적 흐름이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본 힐링 토크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대중적 인기를 기본으로 깔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강사들이 쏟아내는 강의가 틀렸다기 보다는 참 얕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가령 이런 부분들이다. '진짜 나를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되는가?' 라는 소주제를 놓고 '나 자신이 마음에 안들면 울어라. 실컷 울고나면 진짜 나를 만난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한만큼 더 성공에 가까워 지고 있는 것이다.', '힘들다는 것은 힘이 생기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너무 쉽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청중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이고 눈물을 닦아주고 손을 잡아준다.

 그러면서 '괜찮아, 넌 혼자가 아니야.' 류의 멘트가 지나가면서 '공감' 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적당히 웃기고 타이밍 적절하게 울리고 적당한 배경음악과 멘트들... 눈물을 흘리는 청중에게 주어야 하는 진짜 공감이 아닌 쇼라는 생각이 든다. 강사 자신은 진심이라 생각하더라도.
 그 말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약으로도 독으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실컷 울고나서 실존을 만난다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라하더라도 한번 울고 금방 만난 것 같은 설정이 위험해보인다.

 '나는 누구인가.' 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혼돈과 불안과 개별화의 시대다.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로 똘똘 뭉쳐져서 자신의 성공 신화를 가지고 세상에 나온다.
 얼마나 고생을 하고 얼마나 실패를 하고 얼마나 극복을 했고 얼마나 크게 성공을 했다하더라도 그것이 존재적인 승리가 아닐 수 있다. 그 실패와 고통과 역경을 극복해낸 힘의 주체가 누구인지, 방향이 문제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문제 삼은 것은 혁명이 아니라 카르마를 의식하는 것이듯이, 스타 강사들이 힘주어 말하는 그 '나', 소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외치는 그 '나'를 지탱하는 힘이 어디로 부터 나온 것인지가 중요하다.
 문제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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