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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01. 2016

제이조이와 미니미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글쓰기

 

 어제 아침 글을 쓸 때 내 안의 '성숙한 나'와 '어린 마음'이라고 쓰면서 그들의 이름을 붙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곧 네이밍에 착수했다.
 성숙한 나의 이름은 '제이조이', 내 안의 어린 마음은 '미니미'로 부르기로 했다.

 :: 제이조이
 제이조이는 꿈 속에서 본 이름이다. 
몇 달 전 꿈 속에서 흰 종이에 검은 펜으로 'J.Joy'라고 씌여있는 것을 보았다. 꿈에서 깨어나서 한참 동안 그 이름을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가게를 열면 그 이름을 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꿈을 파는 가게, 제이조이'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리고 지혜로운 내 무의식은 왜 그 이름을 지었을까 한발 늦은 의식의 내가 추적해보았다. 
 J는 내 이름의 첫글자 이니셜이다. 나의 책임, 딸 주희의 이니셜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힘들 때 마다 떠올리며 힘을 내는 허진 신부님도 J이고, 이 모든 것을 만드신, 내가 닮아가고 가야할 최종의 목적지 주님(Jesus)의 나라도 J라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결국 나, 너, 우리인 이 모든 제이들이 이 땅 위에서 실현해야할 것은 조이, 즉 기쁨이구나. 꿈속에서 본 제이조이를 분석하고나서 그야말로 기뻤다.
 "오, 주님! 기쁨으로 살겠습니다."
 기도가 터져나왔다.

 :: 미니미
 미니미는 즉흥적으로 생각한 이름인데 오래 전에 본 공상과학영화에 나왔던 난장이 캐릭터 이름이기도 하다.
 그림형제 동화에 난장이가 많이 등장한다. 그림형제 동화는 오래 전 부터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그림형제가 집대성해서 만든 책으로 현대의 창작물과는 달리 그 이야기에 나오는 역할과 구성, 소재 하나 하나에는 모두 숨은 상징이 있다. 그냥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과 지혜가 실재한다는 뜻이다.
 그림형제 이야기에 등장하는 난장이는 작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동물도 아니지만 완전한 사람도 아닌 생명체로 아트랄체 즉 감정체가 온전히 계발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체 안에 갇혀있는 개체이다. 
 그려지는 형상도 현대의 그림책에서 보게되는 난장이는 그저 작고 귀엽게 생긴 모습이 대부분이지만 유리드미에서 동작으로 표현되어지는 난장이는 대칭이 아니다. 약간 고개가 삐딱한 비대칭의 모습이고 움직임도 두발에 균일한 힘을 배분해서 바르게 걷는 것이 아니라 비대칭으로 절듯이 뛰어다니고 손동작도 항상 비대칭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난장이의 움직임은 대칭적으로 균형잡히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갇힌채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의 상징인 것이다. 
 하지만 난장이는 징그럽거나 미운 대상이 아니다. 때로는 교활하고 나쁜 속임수를 쓰기도 하지만 순수하고 성실한 모습으로도 그려지며 열심히 주인공을 돕는다. 

 그런 난장이, 미니미를 내 안에 데리고 있다. 미니미는 가끔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주저앉아 더는 못하겠다고 버티기도 해서 제이조이를 곤혹스럽게도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미워하고 질책하고 버리고 갈 수 없는 대상이다. 
 일을 망쳤다고해서 원망하고 미워하면 더 미운 짓을 할 궁리를 하면서 호시탐탐 주저앉을 기회를 노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 안의 미니미를 관찰한 결과 이 아이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씩 더 잘 알게되었고, 미니미와 타협이 잘되고 스텝이 꼬이지 안아야만 제이조이의 영광스런 프로젝트에 착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때로는 인내로 기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강하게 호소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아주고 웃어주기도 하면서 함께 언덕을 넘고 물을 건너야 하는 영원한 동반자인 것이다. 
 제이조이는 성장동맹 미니미를 데리고 책임을 완수해야만 한다. 우리의 목표는 끝까지 가는 것이다. 
명명식을 기념하며 인생 노래 한 곡 띄운다. '달팽이'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 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 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속 어딘가 들리는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내 모든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이 흩어지고
 내게 남아 있는 작은 힘들 다해 마지막 꿈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줄 바다를 건널거야

 언젠가 먼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 기쁨의 22일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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