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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01. 2016

목을 돌리자

-마음의 소리를 듣는 글쓰기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려는데 몸이 천근만근이어서 도무지 곧바로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이런 몸 상태로 억지로 쓰는 글이 무슨 힘이 있겠나 싶었다. 곧 몸과 정신을 깨우기 위한 동작을 하기로 했다.
 글을 쓰는 방은 밝은 편이라서 아침 햇살이 들어와 모니터를 비추기 때문에 짙은 인디고색 스프레드로 가려놓았다.
 방에 불을 켰다가 왠지 불을 끄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불을 끄자 짙은 커튼 때문에 바깥 날씨를 알 수 없을 만큼 깜깜했다.

 어제 첫 동작은 바로서기를 했었다. 

 어제 생각은 오늘은 바로서기를 하고서 이어서 three fold walking (생각, 감정, 의지를 한걸음에 세부분으로 나누어 걷는 동작)을 하거나 rod exercise를 할까했다. 
 (rod exercise는 구리로 만들어진 긴 봉을 들고 하는데 손끝으로 봉을 가볍고 빠르게 터치하면서 손끝과 의식을 깨어나게 하거나 다섯 손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해서 봉을 돌리는 동작, 신체, 에테르, 아스트랄, 이고 루돌프 슈타이너가 말한 인간의 4가지 구성체를 강화하기 위한 동작들로 고안되어있는 유리드미 exercise이다.)

 불을 끄고 가만히 서있었다. 몇 초의 침묵이 흐르고 나는 굳이 의도한대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몸이 하는 말을 듣고 움직여보자고 생각했다. 루돌프 슈타이너가 고안한 동작이나 조정래가 22년간 매일 해온 국민체조나 애플힙을 만들어준다는 스쿼트를 모두 배제하고 그냥 파김치가 된 피곤한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새 일을 배우는 것과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는 등의 내 삶에 새롭게 등장한 장면들에 적응하느라 긴장한 근육들이 단단하게 경직되어 있었다. 
 나의 마음은 

 "좋아. 잘하고 있어. 이 또한 기회고 니가 한번 잘 만들어가봐." 

 하고 격려를 하는데, 몸은 

 "힘들어. 좀 쉬었으면해. 너의 바위는 정말 거칠고 무겁구나." 

 나아감에 저항하고 있었다. 나의 성숙한 마음이 어린 마음을 달랬다.
 "자, 작은 죽음이 지나가고 또 새로운 아침이 밝아왔어. 어제 힘들게 했던 일들은 그냥 한게 아니야. 너는 더 강해졌고 충분히 힘이 있어. 부드럽게 이완하고 새롭게 태어난 오늘을 찬양하자고."

 조용히 그 말을 듣던 나의 어린 마음은 가만히 있었다. 나는 나보다 미숙한 어린 마음을 기다려 주었다. 나의 어린 마음은 결국 동의하고 천천히 목을 돌리기 시작했다. 작은 원을 그리다가 점점 더 크게 목을 돌리는데 뼈소리인지 지지직거리는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가 들리는 지점에 더 집중해서 단단하게 경직된 목과 어깨 주변의 근육들을 의식하면서 목을 풀어주었다.
 목을 돌리는 동작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목이 풀리 때 까지 돌려보자 생각하고 돌리다보니 아무리 오래 돌려도 약간의 통증이 계속 남아있었고,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내 몸이 훨씬 더 힘들구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 목을 풀자 목에 이어진 척추와 어깨, 등 뒷공간을 의식하면서 어깨를 돌리는 동작을 했다. 역시 많이 굳어있고 생각보다 오랫동안 했다. 
 목과 어깨, 등짝에 전기가 통하는것 처럼 약간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열렬하게 근육을 풀어주면서 어느새 성숙한 나의 마음과 어린 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있었다. 
 오늘은 목과 어깨를 돌리는 동작만 했지만 이 동작을 하면서 허리, 무릎, 손목, 발목 등 몸에서 원형을 그리며 돌아가는 부위들을 찾아내서 돌리는 동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자 참자 하니까.. 야! 너 정말 너무하다."
 뼈와 근육들의 불만이 요란하다. 이 민원들을 계속 무시하고 강행하다간 파업할 수도 있겠다 싶다. 함께 잘 굴러갈 수 있게 틈틈이 대화하며 맞춰나가야겠다.

 심신일원론. 몸과 마음은 하나다.
 이 간단한 명제가 내 안에 실재하는 것이 궁극의 행복일거라 믿는다. 
 더 섬세하게 더 치열하게 더 분화된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글을 쓰기 위해 몸을 풀었는데 그게 글이 되었구나.
 오늘은 이만.


- 21일차 새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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