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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01. 2016

feet together

-두발을 땅에 확고히 붙이기 위한 글쓰기

 

 야간조 이틀째, 생체 리듬이 바뀌고 있는 중이라 몸이 고되다. 지금으로서는 처음 상상했던 해변 조깅이나 노천 까페 브런치는 아직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배고플 때 급히 김밥이나 빵조각을 입속에 쳐넣어야 하는 현실이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밤의 비, 오토바이, 빵조각 그 모든 나의 현실을 지탱해주는 사물들은 고마운 동지이지 두 눈을 부릅뜨고 어둠 속을 헤매던 심란했던 예전의 상태가 아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이름 붙였던 정신분석의 시간을 생각한다. 

 성장동맹. 이 멋진 단어로 시작되었던 길고 험난했던, 그리고 너무나 행복했던 여행을 생각한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성장을 향해 함께 가는 성장동맹이라는 말씀에 얼어붙었던 가슴에 다시 꿈, 봄, 희망을 그렸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세상 모든 일에 선택과 책임, 보상과 댓가가 따르듯이 상담을 받는다고 모든 것이 좋다고만 할수는 없지만, 한 인간이 상처받은 한 인간의 비밀을 공유하고 공감해주는 온기는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인간에 대한 경외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끝이 없는 힘든 노동, 비바람 몰아치는 밤길, 차가운 주먹밥 한덩이. 저속한 농담과 불만을 달고 사는 동료. 벗어나고 싶은 모든 내 주변의 찌질한 것들 속에 나의 책임과 삶이 있으며 이 찌질함 속에서, 더불어, 함께 나아가야만 한다. 이들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성장동맹인 것이다.

 아침에 책 읽고 글 쓸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야간 근무로 전환해놓고 아침에 무거운 몸이 상쾌하게 깨어나기가 힘들어서 컴퓨터를 켜기 전에 몸을 깨어나게 하는 체조를 하기로 했다.
 작가 조정래가 하루 세 차례 체조를 하는데 국민체조에다가 자신이 하는 네 가지 동작을 더 넣어서 만든 조정래표 체조를 하는 것과 같이 나도 아침을 깨우는 예정옥표 체조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바로서기'로 시작을 했다. 하나 하나씩 빌딩업해 나갈 작정이다.

 하이오 선생님께서 유리드미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하시던 열기다.
 "feet together" (두발을 땅에 확고히 붙히고)
 "shoulder blade" (쇄골, 어깨를 의식하면서 날개뼈를 연다)
의식하지않고 멍하게 있을 때의 신체는 그냥 물질 덩어리 같지만 이 땅위에 두발을 단단히 붙이고 어깨를 쫙 펴고 정수리에 가는 금실이 있어서 그 실이 내 머리 위 하늘 높이 연결되어 나의 별에 닿아있다고 상상하면서 가장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선다.
내 머리에 황금빛 왕관을 씌우고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간다.
한걸음 한걸음 마다 생각과 감정과 의지를 담아서. 땅에서 발을 뗄때는 의지로, 발걸음을 옯길 때는 감정으로 땅에 닿을 때는 생각으로. thinking. feeling. willing..
 " I go. I go.. I go..."

나를 둘러싼 모든 찌질이들도 함께 빛을 발하면서 걷는다.


- 움직임이 더해진 20일차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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