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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Jun 08. 2024

번지점프를 하다

-<오랜 우화> 6화. 콘도르의 비행




* 재활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부상당한 콘도르였지만(거의 죽을 뻔했다), 이를 보살펴준 전문가들의 엄청난 헌신이 이 순간을 가능하게 했다. 이 장엄한 동물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아름다운 자연을 여기저기 둘러보며 감상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돌아서 날아갔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얼마나 놀라운 자유인가! 

이는 마치 우리의 영이 육신을 떠나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완전한 자유의 느낌. 

그가 도약하기 전에 그가 비행한 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바람에 적응하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그는 두 날개가 가열되고 필요한 기류가 필요한 적절한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자유를 돌려주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고, 길들여진 야생동물들은 위험을 잊어버린다. 

그는 태양과 바람에게 경이를 표했고, 그를 부상으로부터 치료해 재활을 도와주고 자유를 찾아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이륙하기 전에 모든 시스템을 점검하는 조종사와 같습니다. 아주 멋진! 

이 위풍당당한 새는 그의 행동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자유를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가르쳐줍니다.



오늘 소개하는 콘도르의 비행 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3,200만 회, 좋아요 15만, 댓글이 1만 개에 육박하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공감을 받고 있다.






재활


콘도르가 날기 위해서, 계속 날개를 펼쳤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며 날기를 망설이는 것처럼 서성인다. 

이 서성임은 꽤 오래 지속되어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오랜 워밍업이 끝난 뒤, 이제 준비가 된 콘도르가 위 댓글을 쓴 많은 사람들이 느낀 것처럼, 마치 자신을 구조해서 치료해 주고 재활에 도움을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더니 뒤돌아서서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았고, 초조하게 기다리던 군중은 환호했다.


콘도르는 왜 그토록 서성인 것일까?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내막은 이렇다. 이 콘도르는 큰 부상으로 인해 오랫동안 날 수 없는 상태로 구출되어 의료진들에 의해 재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치료가 끝난 후 이제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이곳 절벽으로 데려온 것이었다.

사람들이 말하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는 듯이 왔다 갔다 하며 날개를 조금씩 천천히 움직이면서, 콘도르는 과거에 날았던 기억을, 나는데 필요한 날개 근육을 기억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성인식


번지 점프(bungee or bungy jumping)는 고무로 만든 탄성 있는 긴 줄의 한쪽 끝을 발목과 몸통에 묶고 한쪽 끝은 물체에 고정한 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스포츠다.

익스트림 스포츠로 알려져있는 번지 점프는 원시 부족의 성인식에서 유래한다.

남태평양의 바누아투의 펜테코스트섬의 로만데콘이라는 부족이 칡넝쿨을 엮어 발목에 묶고 20~30m 높이의 나무 탑에서 뛰어내려 진흙으로 된 땅에 머리를 부딪혀야 하는 난골(Nanggol)이라는 이름의 성인식이었다. 여기서 실제로 죽는 사람도 있었다. 죽은 사람은 성인으로서 부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부족한 것으로 판정되었고, 살아남는 사람은 죽음을 이겨낸 용기로 진정한 성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받아 부족의 번성을 위해 일하는 전사로 거듭난 것으로 보았다.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존을 위한 엄중한 의식이었던 번지 점프를 스포츠로 즐기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영국 옥스퍼드 학생 4명이 미국 금문교에서 줄을 묶어 뛰어내린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번지점프를 한 적이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 그곳에 중년의 내가 있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유리드미(음악과 소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예술)가 좌초되었을 때, 그 일이 왜 그토록 절실했던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나에게 본질적으로 비상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내 몸 보다 훨씬 큰 어떤 것이 몸 밖으로 나와서 무대 밖으로 까지 튀어나가는 듯한 경험, 육체가 날 수 없는 인간의 영혼이 날아오를 수 있는 극강의 응축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까지 함께했던 동기들도 모두 무척 힘든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분투해 왔기에 골인 지점에서 무너진 것이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무척 아팠다. 


일생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어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서라도 반드시 하고싶은 일이었던 그 일이 무너지고 엄청난 무기력이 찾아왔고, 또다른 비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번지점프를 하러간 것이었다.

번지점프를 하기 위해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다는데 대한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도와줄 교관과 같이 할 그룹 사람들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열명 남짓한 사람들 중에 두세 명은 몇 번이나 "잠깐만요..."를 외치면서 물러섰다. 어릴 적, 매를 맞는다고 줄 서 있으면서 다른 친구가 맞는 것을 보는 것이 더 아팠던 것처럼, 두려움을 느끼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거울 신경이 반응했다. 

나는 한 번에 뛰어내리겠다고 다짐했고, 눈을 감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다. 



셋, 둘, 하나, 번지!


부력을 느끼며 한 마리 새처럼 멋지게 날았다(고 쓰고 싶지만), 허공에 몸을 날리자마자 몸에 커다란 바윗 덩이라도 묶어 놓은 것처럼 엄청난 중력으로 아래로 아래로 추락했다.

나는 느낌은 1도 없었다. 날개가 없는 인간에게 나는 경험이란 추락이었다.

가벼움이 아니라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무거움,

새털처럼 가벼운 부력이 아니라 육육육육육중한 중력 그 자체였다.

죽음을 느끼며 한참을 두려움 속에서 하강하다가 발목에 묶은 로프가 잡아채는 느낌이 들 때, '살았다!'는 생각과 함께 위아래로 요동치며 비로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었다. 


누군가는 다시는 안 한다며 치를 떨기도 했지만, 나는 완전 흥분 상태로 한번 더 하려고 매표소로 달려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서 그만두었던 기억이 난다. 

원래 계획은 번지 점프를 목표로 갔지만, 이왕 간 김에 다른 익스트림 스포츠도 체험해보려고 했으나, 번지 점프의 강렬한 느낌을 한동안 가지고 가고 싶어서 번지 점프 한 번만 하고 돌아섰다. 

버스를 타고 나와서 시외버스 정류소 근처에 있는 목욕탕에 가서 두려움과 환희로 흠뻑 젖은 몸을 씻었다. 침수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땀을 뻘뻘 흘리며 해장국을 한 그릇 뚝딱 먹고 나자 살고 싶다는 의지가 용솟음쳤다. 중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추락할 수 있는 날개를 감추고, 두 발로 바지런히 땅 위를 걷고 뛰면서.


잊고 있었던 찬양이 절로 흘러나왔다.



금과 은 나 없어도 내게 있는 것 네게 주니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나는 걸었네 뛰었네 찬양했네

나는 걸었네 뛰었네 찬양했네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



무기력한가? 

확! 죽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드는가? 

물리적인 나이로 성인이지만 영혼이 나약하다고 느껴지는가? 

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은가? 


번지점프를 하라! 

두 발이 땅에서 바쁘게 걷고 달릴 수 있음에 찬양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비상


등 뒤쪽의 날개뼈는 천사였던 우리가 인간이 되면서 퇴화된 흔적이며, 꼬리뼈는 동물이었던 우리가 진화되면서 퇴화된 흔적이다.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지만, 천사였던 기억과 동물이었던 기억을 가지고,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다. 

인간은 날 수 없기에 노래하고 기도한다.

펜이 노트 위를 걷고, 손가락이 자판 위를 달린다. 


저 멋진 생명체, 콘도르에게서 배우자. 

부상으로 오랫동안 날 수 없었지만, 그는 한참을 서성이며 자신이 한때 날았다는 것을, 그때 사용했던 근육을 기억해 냈다. 


우리 안에 부상당한 날개 근육을 기억하자.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재활하자.

끝내, 내 안에 접힌 날개를 펼치자.





Liberation Condor | 콘도르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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