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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 Oct 03. 2024

제 14 회 오랜문학상 수상자 발표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제 14 회 오랜문학상은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로 선정하였습니다.



작가소개


안녕하세요? '아이'가 아니고 중년의 주부입니다. 

글쓰기는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시원하면서도 계속 갈증이 납니다. 

계속 써 보겠습니다. ^^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피아노가 없었던 아이는

귀동냥으로 배운 곡을

친구 집에서 쳐보곤 했다


처음 완주한 ‘떴다 떴다 비행기’는

조금 더 날아올라

‘고향의 봄’이 되었다


그랬던 어느 날 우연히

담장 너머로 들려온 피아노 소리는

아이를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 아름다운 선율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였다

오가며 그 집 담장에 기대어

그 곡이 다시 울리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학교 오르간으로 조금씩 흉내 내 보았다

중턱까지는 그런대로 올라갔지만

가파른 지형 앞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다


성인이 되던 해

그녀에게도 피아노가 생겼다

기쁜 맘으로 제일 먼저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의 악보를 구입했다

악보를 볼 줄 몰랐기에

음표 하나에 건반 하나를 짚어 가며

지팡이로 발밑을 더듬어 산을 오르듯이

조심조심 건반을 디디며 등반했다


그녀에겐 안나푸르나 산 같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온몸으로 흙바람을 막으며,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쳤다


암벽에서 막히고

빙벽에서 미끄러지며

수없는 실족과 좌절을 맛보던 그녀는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았을 때

자신이 처음 들었던 그 곡을 듣게 되었다


그녀 생애 가장 높은 산,

안나푸르나 정상에 

깃발을 꽂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는

그녀 인생 최고의 연주곡이 되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산을 오르려거든

내 몸이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쯤은 각오해야 한다

내가 내 몸을 내어 주고 그것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그 꼭대기에 발을 담글 수 있을 것이다.’





장시長詩가 되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너무나 좋아했던 내 얘기를 써 보았다.


나는 지금도 피아노를 보면 기분이 너무 좋다.

쓰레기장에 누가 낡은 피아노를 버려 놓은 것을 보았을 때 집에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우리 집은 아쉽게도 공간이 없었다. 빈 창고라도 있었으면 내가 수거해 갈 판이었다.


피아노 사 달라고 노래를 부르며 살았다. 피아노~ 피아노~ 신나는 노래~

결국 고3 때 학력고사를 마치고 나서 아버지께서 사 주셨다.

정말 원 없이 쳐 보고 싶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댓바람부터 치고 또 쳤다.


피아노가 전공이던 친구 집에서 이 곡을 쳤더니 그 친구가 요래요래 치면 더 잘 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백 날 혼자 치는 것보다 전문가 가르침 한 번이 실력 향상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취미 생활이기 때문에 더 배우지는 않고 혼자 도 닦듯이 쳤다.

지금은 피아노 코드를 알기 때문에 찬양, 가요, 동요 등, 아주 잘은 아니어도 취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는 친다.


그래도 부동의 나의 인생곡은 역시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이다.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께서 연주하신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를 감상해 보세요~!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의 피아노 연습 분투기를 읽으면서 저도 저만의 연습곡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님께서 손이 부르트도록 연습하셔서 무겁고 느리고 서툴던 소리가 가볍고 빠르고 능란하게 날아오른 모습에서 제 인생의 연습실이 오버랩되었지요. 



작가님께서 써주신 대로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안나푸르나가 있을 겁니다. 부서지고 망가지는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내 몸을 내어주고 하나 되고 싶은 '그것'이 있다는 것은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며, 분명한 '그것'을 일깨워 주신 고운로 그 아이 작가님의 이 글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일생을 통해 한땀 한땀 연습해온 작가님의 집념과 열정은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기량을 능가해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책이 떠 올랐습니다. 『자기 발견을 향한 피아노 연습』에서 세이모어 번스타인은 연습을 하는 방법과 이유, 마음가짐에 대한 아름다운 조언들을 들려줍니다. 이 빛나고 성숙한 조언들은 피아노 연습을 넘어서 삶 전체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연습하기 싫을 때 자극이 되어준 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마음만 먹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결심만 하기보다는 자신의 두 손을 가지고 어떻게 그러한 마음을 실현해 나아갈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그리고 음악에 대해 존경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연습을 하지 않으면 비참한 기분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연습을 안 한다는 것은 아직 충분히 비참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연습을 올바르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연습을 게을리하며 다른 사람에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것을 불행했던 과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단 올바르게 연습하는 것을 배우고 나면 더 이상 자신의 과거에 매달릴 시간이 없을 것이며, 스스로의 기대와 다른 사람들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몹시도 싫어했던 연습이 이제는 즐거움과 성취에 대한 전주곡처럼 되어질 것이다.



고통을 겪는 사람은 기도하고, 즐거운 사람은 노래하라.

충분한 연습을 할 때, 너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 오랜 문학상은 20회(2024.12.26) 까지로 브런치북을 종결할 예정이며, 한 달에 한번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연재 브런치북이 아닌 매거진을 통해, 혹은 다른 경로로 새롭게 단장할 계획에 있습니다. 


★ Season1을 마감하면서 라얀 작가님과 함께 스무 명의 수상 작가들의 글 모음집을 구상해 보았고, 라얀님의 출판사 '마니피캇'을 통해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 곧, 수상자 여러분께 브런치 제안하기에 링크되어 있는 이메일 주소로 기획 초안을 발송하는 것으로 '오랜문학 Vol.1'(가제)에 착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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