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인간의 생명의 시작과 끝. 그 두 대척점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짧은 기간으로 나뉘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
.
나는 아직 자연사를 앞두기에는 많은 시간을 남겨두고 있기에 아직 사후의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한 적이 없으며, 죽은 뒤 사후세계가 과연 어디로 이어져 있는가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가끔가다 생각하는 것은, 과연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상에 대한 생각이나 미련으로 가득찬 채 마무리를 지을까, 아니면 깨끗하게 그 어떤 것도 미련없이 눈을 감는 그 행위만으로도 만족할 것인가 에 대한 궁금증이다. 분명, 지금껏 살아온 것을 생각했을 때 나의 죽음에 대해 애도할 사람은 꽤 많이 있는 걸 자의적으로 확신하는 것으로 봐선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과 얉지는 않은 관계를 맺었구나 싶어 왠지 모를 뿌듯함은 느껴진다.
.
.
하지만 이 모든 고민들도 결국 한순간 마무리지을 때가 올 것이고, 나는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는 확신을 채 맺기도 전에 눈을 감았다 뜨면 현세와 다른 세상을 마주할 것이다. 그래, 삶은 이토록 짧은 동시에 길고 굵은 생각들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굉장히 형이상학적이고 신비로운 개념이다. 이 간극 속에서 우리는 현세에 얼마나 많은 흔적들을 남긴 채 우리가 선 이 땅으로부터 발을 떼게 될까. 그리고 과연 우리와 같은 존재들을 마주할 수 있는 걸까. 그저 한없이 많은 공상들로 가득찬다 해도 답은 우리가 마주할 그 찰나의 순간 알 듯 말 듯 할 것이다. 답은 알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파헤치고 싶은 호기심을 지녔다니, 정말 어지간히 사람을 괴롭히면서도 성장시켜주는 고민이다.
.
.
.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 줄거리 요약
.
.
요한네스는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부의 삶을 살고, 항상 바다 곁을 떠나지 않고 그곳에서 아내와 결혼하고 함께 살아온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되었으며, 그가 바다에서 살아오며 사귄 친구들 역시 백발의 노인이 된 지 오래이다. 그리고 어느 날, 요한네스는 무언가 의미심장하고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며, 자신 주위의 친구들도 왠지 모르게 무게가 전혀 없는, 마치 바람처럼 느껴진다. 그는 그의 절친 페테르를 만나 하루를 보내는데, 마지막장에 와서 그는 페테르로부터 자신이 이미 죽었고 실체가 없는 존재로 남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즉 페테르 역시 이미 죽은 지 오래였고, 그를 현세로부터 다른 곳으로 데려가기 위해 잠시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페테르와 함께 바다 건너 먼 곳을 향해 가고, 이야기는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