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나를 찾아온 책
글쓰기 수업에서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로맹 가리도 결국 로맹 가리가 되었다. 반복적인 글쓰기와 함께 완성된 최고의 그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 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는 반복 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아이들이 소년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을 벗어나려고 할 때 나는 복잡한 심정이 된다. ‘아마도 너는 이제부터 더 깊고 좋은 글을 쓸 거야. 하지만 마음 아플 일이 더 많아질 거야. 더 많은 게 보이니까. 보이면 헤아리게 되니까.’ 속으로만 생각한다. 그래도 살아갈 만한 삶이라고, 태어나서 좋은 세상이라고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런 세상의 일부인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