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정말요!

도란 작가가 뽑은 책 속 문장

by 귀리밥

안녕하세요 도란 작가입니다.

다들 집에 꼭꼭 숨어 건강을 지키고 계신가요?


제가 사는 북쪽 도시에는 엄청난 한파경보가 떨어졌습니다. 세탁실 배관이 얼까 봐 조마조마하고, 댕댕이 산책이 힘들어져 최대한 따뜻한 시간대를 넘보느라 온종일 마음만 분주한 요즘입니다.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가 나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출판사와 논의하던 북토크가 어려워지기도 했고, 저는 책의 진열을 보러 서점에 발길도 못 하고 있답니다. 가까운 서점에 가려면 차로 20분은 가야 하는데, 하필 서점이 있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쉬지 않고 나오고 있어 엄두를 못 내고 있지요!

이 답답한 시기에 불만이야 있지만 조금 멀찍이 보자면 제 삶에 이렇게 푹 쉬고 푹 잔 날이 얼마나 됐나 싶기도 합니다. 반강제로 집에서 지내는 바람에 낮잠을 잔 날도 있고, 바쁘다며 미뤄뒀던 위빙도 하고요. 마음껏 책도 읽고 찜해두기만 했던 넷플리스 드라마도 정주행 중이에요. 그리고 꼭 한 번 해야지 마음먹었던 반려견 간식 만들기에도 도전했어요!

이토록 생에 가장 한가로운 시기, 시간의 흐름이 비현실적인 지금을 휴식기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서점에 직접 가서 제 책의 진열을 못 봤지만, 브런치에도 아직 제 책을 접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돼요. 그래서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가 어떤 책인지 가늠할 수 있도록 제 기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 몇 군데를 소개합니다. 제가 썼지만 제 마음에 드는 문장들(ㅋㅋㅋ)입니다. 제가 써놓고 제가 좋다고 고르니까 웃기네요.

아이를 키우며 행복한 사람은 그 방식 그대로 행복하면 된다. 내가 숱하게 들었던 말처럼 ‘아이를 키우는 일생최고의 행복’을 한껏 누리며 사는 것이다. 주변에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유전자를 나누어 가진 자녀와 더불어 사는 삶은 현재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모자람 없는 생이다.

나와 남편처럼 아이 없이 다른 방법으로 행복한 사람은 그 방법들로 행복하면 그뿐이다. 행복의 여러 방법 중 육아가 없다 해서 삶의 밀도가 떨어지진 않는다. 행복을 만드는 방법이 다르다 해서 삶의 만족도에 낮은 점수가 매겨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 최고라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꼭 한 명 낳으라고 강조한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너는 그렇게 행복하게 지내렴. 나는 이렇게 행복할 거야.”

행복은 아이라는 존재로 복제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 행복을 추구하고 만들어가는 데 정답 같은 건 이 세상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행복이란’ 중


막장 드라마에서 보듯 자손과 대에 집착한 어른들이 펄펄 뛰는 광경은 없었지만 우리 부부의 딩크 선언은 양가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들이 조금씩 무너지듯 현실을 인정하는 과정과 기다림이었다. 그게 내내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건 여전히 ‘여성’이자 ‘며느리’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의 한계이기도 하다.

‘딩크 선언에 김치 싸대기는 없었다’ 중


‘할머니는 어땠어? 5남매 키우느라 많이 힘드셨지? 할머니 관절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고생했으니 당연히 힘들었겠지. 그런데도 나한테 아이를 낳으라고? 할머니, 나는 그렇게 못 해. 그런 거대한 절차로 효도를 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버거운 방법으로 시가와 연대하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야. 미안해, 할머니.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할머니한테만큼은 불효를 하는 것 같아.’

‘효도에 대하여’ 중


지금의 청약제도는 ‘이 사회가 바라는 정상 가족의 형태는 유자녀 가정이니, 자녀가 없는 너희들은 불리해도 참으라’는 무언의 사회적 강요이다. 자녀나 부양가족이 있으면 주택을 유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해주겠지만, 자녀가 없는 사람은 열외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 치사한 제도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태와 마음가짐은 시시각각 변해가는데 꾸역꾸역 유자녀 가정을 고집하는 시대착오적 제도는 생명력이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유교 사상에 흠뻑 절어있는 우리 사회도 불합리한 청약제도가 일종의 폭력이라는 것을 언젠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택청약에 필요한 건 아마도 ‘임신’ 중


책임져야 할 순간을 만나면 항상 뜸을 들이고,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채 살고 싶은 내가 어른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계속 ‘어린 이’로 살면 어떨까? 책임감에 다부진 사람으로 살기보다 어린 채로, 어린 사람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서른이 넘고 마흔이 된다고 해서 꼭 책임감 넘치고 우직하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나인 채로 살면서 언제든 팔랑거리고 싶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자라는 중이다. 어른이 되려면 아주 멀었다. 어른이 되는 순간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나는 언제까지나 어린이다.

‘우리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중


그리고 책에 마저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지난달 채널예스 7문 7 답에서 털어놓았어요. 가볍게 읽어보세요.

http://ch.yes24.com/Article/View/43611


오늘도 몹시 춥다고 해요. 집에 꼭꼭 숨어있는 동안 얄미운 추위는 홀로 거리에서 요동치다 떠나버리길 바라며, 매화 망울 터뜨릴 무렵에는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모두 건강하시고,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에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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