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연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투자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요. 재미있더라고요.
종잣돈을 마련해서 올해는 작게라도 투자를 시작해 볼까 했는데
종잣돈으로.. 남편 차를 바꿨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당장 투자를 못하게 됐으니 다음 종잣돈 마련할 때까지 공부를 더 하자!라는 마음으로 골몰하다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2. 수업
일단 공인중개사 수험생들이 교류하는 카페 한 군데 가입했고요. 알아보니 경기도 주민은 경기도지식평생학습포털에서 박문* 공인중개사 인강을 무료로 들을 수 있더라고요. 1년치를요!
그래서 교재를 사고 인강을 들으며 공부를 시작했어요.
1월부터 시작했는데 1~2월에 집에 일이 있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대로 수업을 들은 건 3월부터였고 이때는 인강 듣고 배운 내용 한 번 읽는 정도로 3~4시간씩 매일 공부했고요.
집중해서 공부한 건 8월부터였어요.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기초수업부터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필수서로 배우는 단계에서 들어오거나 여름에 문제풀이반부터 시작하는 분들도 계신데 관련 업계에 있지 않는 이상 기초수업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초가 있어야 그 이후 수업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거든요.
3. 시험 대비
8월부터는 업무량을 줄이고 약속도 줄이고 하루에 짧게는 7~8시간 길게는 12~14시간씩 공부했어요.
공부 자체는 싫거나 힘들지 않았는데 정작 힘든 건 건강이 상하는 부분이었어요.
오래 앉아있다 보니 디스크가 심해져서 고관절이 아팠고 이명까지 생겼답니다.
안 하던 공부를 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물론 지금은 디스크 증상은 좋아졌고 이명은 여전히 치료 중이에요.
특히 10월 말 시험 앞두고 한 달 정도는 멘탈이 너무 약해져서 심적으로 더 힘들었어요.
4. 시험 당일
시험 후기를 보면 옆에 앉은 사람 때문에 집중이 깨졌다, 분위기가 산만하다 등등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걱정이 됐는데 막상 가니 독서실처럼 조용한 거예요. 다들 긴장했는지 1차와 2차 중간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공부하고 식사도 다들 간단히 우유나 빵 정도로 먹고 시험을 준비했어요.
저도 커피와 빵, 초콜릿 하나씩 먹고 시험을 마저 치렀어요.
특히 저는 이명이 심해서 시험 보는 내내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5. 위기
집에 돌아와 가채점을 했습니다. 오마이갓, 1차는 넉넉히 점수가 나왔는데 2차에서 1문제가 모자란 겁니다!
남편은 일단 1차 붙었으니 내년에 잘 준비해서 2차를 보라고 했지만, 사실 저는 시험 준비하면서 내년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 이 고생을 또 할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저는 매달 모의고사 점수가 80점대가 나왔어요. 공인중개사 시험 커트라인은 평균 60이니까 꽤 괜찮은 점수였고, 잘하는 과목은 90점대가 나왔어요. 카페에 모의고사 점수를 공개하면 사람들이 미리 축하한다며 공부법을 물어볼 정도였어요.
그런 내가! 1문제로 떨어진다니!
당연히 합격권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망 위로 풀썩 떨어졌습니다.
6. 이의제기
그래도 포기할 순 없죠. 이번 시험 문제가 정말 어이없는 게 많았거든요. 카페에서 정보를 참고해 이의제기를 준비했습니다. 자료 받아서 요약하고 올려서 이의제기를 했죠. 이의제기는 따로 결과를 알려주진 않고 만약 반영돼서 합격이면 합격자발표날 합격통보를 받습니다. 합격자발표까지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마음이 참 복잡했어요.
7. 합격자발표
합격자발표일 아침이 됐어요. 9시 발표인데 꼭 매 맞을 순서 기다리는 사람처럼 확인하기가 너무 싫더라고요.
그래서 8시 반쯤 머리를 감고 8시 50분부터는 냅다 드라이를 했습니다ㅋㅋㅋ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어랏, 9시에 문자가 온 거예요.
봤더니 경기도청에서 온 합격문자였어요! 이의제기가 받아들여진 거죠!
내 합격 소식인데 왜 이렇게 충격적인지! 정말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그래서 사이트 들어가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합격이 맞더군요.
자격증 택배 신청을 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습니다. 아주 잔칫날입니다.
8. 결론
이렇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물론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바로 차릴 생각은 없어요. 투자 공부 중에 시작한 자격증시험이기도 하고, 나중을 생각해서 취득한 거니까요.
그런데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이 자격증이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이렇게 열심히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 답은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원수에게 권하는 시험이라고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 피를 말리는 시험입니다. 취득한다고 즉시 돈으로 연결되지도 않아요. 요즘 부동산 경기가 좋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어떤 지식과 자격증의 가치는 미래에 진가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공부의 결실은 미래의 어느 순간에 빛을 낼 거라 믿어요.
만약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각오 단단히 하고 시작하시길 바라요. 특히 몇 달 만에 합격했다! 이런 자극적인 후기를 너무 믿지 말고 연말, 연초부터 꾸준히 공부하시고 건강도 잘 챙기시길 당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