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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름 Mar 19. 2019

Sigrid - Sucker Punch

팝송(Pop Song) : 대중음악


[Scuker Punch]



완벽한 '팝' 앨범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1996년생 싱어송라이터 시그리드(Sigrid)는 멜로디가 사라진 메인스트림 시장에 단비와도 같은 작품을 내놓았다. 직관적인 멜로디,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 그럼에도 질리지 않는 노래의 구조적 서사성, 장르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중음악의 요소를 모두 갖춘 정규 1집 < Sucker Punch >는 배경음악으로 전락해버린 팝 시장에 그야말로 '일격'을 날린다.

<  Sucker Punch >는 기본적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댄스 팝 음반이다. 그렇다고 신의 유사한 아티스트 뫼(MØ)나 엘리 굴딩(Ellie Goulding)처럼 굉음의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주로 다루지는 않는다. 로빈(Robyn), 칼리 레이 젭슨 식의 복고풍 신스팝 'Never mine'을 제외하면 듣기 편안하게 정제된 전자음과 리얼 세션, 오케스트레이션이 반주를 주도한다. 솔로 앨범 < Go >에서 화려한 스트링 사운드로 팝 멜로디를 구사한 욘시(Jonsi) 스타일의 'Sight of you'나, 2017년 발표한 데뷔곡 'Don't kill my vibe'에는 대형 경기장에서 울려 퍼질법한 아레나 록의 공간감 또한 존재한다. 

훅(Hook)으로 점철되어있거나 예측가능한 후렴으로 금세 신선함을 잃어버리는 대다수의 일렉트로닉 댄스 팝과는 달리, 22세의 젊은 아티스트는 지루함을 상쇄할 다양한 장치들을 준비했다. 1절에 이어 바로 후렴으로 넘어가지 않고 프리 코러스(본격적인 클라이맥스로 진입하기 전 절과 후렴 사이를 연결해주는 구간)를 배치해 감칠맛을 더하거나 사운드를 쌓아가며 마지막 후렴에 결정타를 날린다. 확실한 기승전결 구조는 노래가 진행될수록 감동이 더해지는 법이다. 피아노 독주와 아델 스타일의 소울 창법으로 노래를 부르는 시그리드의 탁월한 완급조절 자체가 드라마틱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Dynamite' 외에도 'Stranger', 'In vain'처럼 끝이 아름다운 노래들이 앨범 전체를 채우고 있으니 몇 번을 반복해도 새롭다.

앨범은 쉽게 절정을 드러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변주와 변형을 거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Stranger'의 경우 주 멜로디를 피아노 연주에서 신시사이저로 대체하면서 약간의 변주가 일어난다. 과한 전조(轉調)나 아예 노래의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실험적인 형식 파괴가 아닌 납득할만한 변화다. 'Don't feel like crying'에서는 보컬이 나와야 할 구간에서 랩이 등장하기도 하고,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뽀글거리는 효과음과 리코더 음을 사용해 재치있게 상황을 묘사하기도 한다('Business dinners'). 

캐치한 선율과 반복되는 가사로 영미 음악 시장을 정복한 스웨디시 팝의 전설 아바처럼, 대부분의 노래 제목은 가사에 그대로 등장한다. 연달아 싱글로 발매된 'Sucker punch'와 'Don't feel like crying'의 희망적이고 재치있는 표현, 복고풍 멜로디의 신스팝 'Never mine', 특히 화려한 건반과 여성 코러스가 아바를 꼭 닮은 'Mine right now' 등 음반은 마지막 트랙까지 싱어롱(Sing-along)을 유도하며 듣는 이가 감상에만 머물도록 두지 않는다.

시그리드는 그만의 밝은 에너지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놓는다. 영블러드(Yungblud),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세상을 떠난) 텐타시온(XXX Tentacion) 등 팝 신의 떠오르는 주류 아티스트들이 자기 파괴적인 음악으로 감정에 매몰된 개인을 드러냈다면, 북유럽 출신의 유쾌한 신인은 말 그대로 기쁨과 슬픔 모두 정면 돌파한다. 순간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솔직하게 털어놓는 그를 따라 오랜만에 가슴이 뛰니, 이것이 진정한 대중가요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훌륭한 데뷔작이다.


추천곡 : Sucker punch, Sight of you, In vain, Never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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