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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다름 Apr 05. 2019

Avril Lavigne Head Above Water

< Head Above Water >


싱어송라이터 에이브릴 라빈은 약 20년간 활동하면서 10대의 방황과 성장통을 그린 데뷔 앨범 < Let Go >, 소포모어 < Under My Skin > 이후로 뚜렷한 음악적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첫 번째 남편이자 팝 펑크 밴드 섬 41의 프론트 맨 데릭 위블리와의 결혼 후 돌연 치기 어린 젊음을 찬양하면서 팝과 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더니, 그 기조는 니켈백(Nickelback)의 채드 크로거를 만나 더욱 괴이해졌다. 데릭 위블리와 만나던 시절 발표한 'Girlfriend'는 차라리 귀엽기라도 했다. 'Hello kitty'를 연신 외치던 다섯 번째 앨범이자 셀프 타이틀 앨범 < 

Avril Lavigne >은 그야말로 늙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2013년에 발표한 5집 이후 약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에이브릴 라빈은 채드 크로거와 이혼했고, 2015년부터 라임병에 맞서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던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그가 20대를 지나 처음 발매하는 정규 6집 < Head Above Water >에 영원히 젊음을 숭배할 것만 같았던 스모키 악동은 없다. 물 속에서 버둥거리며 겨우 고개만 빼꼼 내민, 인생의 굴곡을 마주한 여인만이 자리 잡았을 뿐. 


틴 팝 소녀는 투정 대신 투쟁을 택했다. 심연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Head above water'와 생존의 힘을 내면에서 구한 'It was in me', 결국 살아남았음을 외치는 'Warrior'는 각각 앨범의 처음, 중간, 끝을 차지하는 굵직한 트랙이다. 음반 전체를 감싸는 이지리스닝 스타일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반주는 모든 고난을 이겨낸 34세 베테랑 팝 아티스트의 '생애의 의지'를 십분 드러낸다.


<  Head Above Water >는 그가 더 이상 철없는 10대 소녀가 아님을 공식화한다. 앞서 언급한 세 곡은 말 그대로 성인의 취향이 담긴 어덜트 컨템포러리 편곡이다. 특히 'It was in me'는 영화 <에라곤> 테마곡이었던 파워 발라드 'Keep holding on'의 연장선에서 1집 < Let Go >의 감성과 차분한 스트링을 덧입혀 더욱 성숙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그 밖에 'Tell me it's over'는 블루스 리듬과 트랩 비트가 어우러진 컨트리 블루스 트랙이며, 'Crush'는 소프트 록(AOR) 장르다. 쉽게 말해 거슬리는 부분 없이 귀에 감기는 편안한 멜로디와 느린 드럼 비트가 앨범을 꽉 채우고 있다는 뜻이다.


라빈의 노래는 이미 과거에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던 'Complicated'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13위에 올랐고 같은 앨범 수록곡 'I'm with you'는 18위, 세 번째 앨범 < The Best Damn Thing >의 'When you're gone'과 'Keep holding on'은 모두 30위권에 올랐다. 세대를 막론하고 즐길 수 있는 에이브릴 라빈 특유의 직관적인 어쿠스틱 기타 팝 멜로디 덕분에, 그의 반항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기성 세대 역시 라빈의 노래를 즐길 수 있었다.



문제는 전작과의 사운드 스펙트럼을 공유하는 몇 트랙이 앨범의 모난 돌이라는 점이다. 단적으로 래퍼 니키 미나즈와 함께한 'Dumb Blonde'는 치어리더용 응원가나 다름없는 'Girlfriend'와 'Hello Kitty'의 훅을 계승하는 팝 넘버다. '젊음'과 '치기' 대신 '편견'과 '차별'을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조악한 팝 사운드는 < Head Above Water >의 결을 해친다. 'Birdie' 역시 마찬가지.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이해하나 3집의 'Runaway'처럼 쨍한 고음 때문에 모종의 힘이 느껴지기는커녕 피로함이 누적된다. 


너무 직설적인 가사도 민망하다. “난 무너지지 않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을 거야. 난 강한 전사니까.” 전혀 의역하지 않은 'Warrior'의 가사다. 한 줌의 은유와 상징 없는 직선적인 표현에 다소 공감하기 힘들다. 'Dumb blonde'를 통해 (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외적 선입견을 지적하지만,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점도 아쉽다.


이번 정규 6집은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에이브릴 라빈의 인생이 담긴 작품이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젊은 시절을 향한 미련이 있는듯하나, 그는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이를 음악으로 풀어낼만큼 내적으로 단단해졌다. < Head Above Water >는 끝없는 사투의 흔적을 용감하게 담아낸 '어른'의 이야기다.


추천곡 : Head Above Water, Tell me it's over, It was in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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