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와 실천, 환경의 지속
내가 사는 동네는 오일마다 시장이 열린다. 서울에서 지내왔던 나에게는 그날 시장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조용한 동네가 갑자기 시끌벅적하게 변하는 오일장 속으로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하곤 했다. 과일 한 바구니를 가리키며 달라고 요청하면 재빠르게 까만 봉지에 그것을 담아주셨다. 돈을 지불하고 무거운 과일봉지를 받는다. 그렇게 두 세 가게만 지나면 내 손에는 봉지 세네 개쯤은 으레 들려있다. 물건을 끝없이 담게 되는 비닐봉지, 그것이 시작이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 비닐봉지는 썩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찾아보니 땅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려면 500년에서 1000년까지 걸린다니, 이것뿐만 아니라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진실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봉지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렸다. 우리 집까지 오게 된 큰 봉지들은 벼리가 쓴 배변패드를 버릴 때 사용하고, 작은 봉지들은 음식물쓰레기에 못 넣는 여러 껍데기를 담아낸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되도록 받아오지 않기 위해서 장바구니는 내 가방 속 필수템이 되었다. 필요시 어디에서든 내 장바구니는 항상 열린다.
집에 돌아와서 장바구니를 펼친다. 많은 물건들은 플라스틱 통 안에 들어있거나 비닐포장지로 감싸져 있거나 종이상자 속에 있다. 알맹이만 꺼내면 나머지는 다 쓰레기통이나 분리 배출함으로 들어간다. 예전에 아파트 생활을 할 때는 집에서 나오는 모든 쓰레기를 아무 때나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서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다. 종량제 봉투는 월요일과 목요일, 분리배출 봉투는 금요일에만 가져간다. 쓰레기를 모아놓고 지내다 보니 줄여야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들었다.
먹거리는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구입한다. 요즘은 밤낮없이 배달이 되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하면 집으로 손쉽게 물건을 받는 편리한 생활과 함께 더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택배상자 안에 깨지기 쉬운 물건은 뽁뽁이나 종이로 돌돌 말려 있고 이중 삼중으로 포장이 되어있다. 택배기사님은 집집마다 종이상자를 배달하느라 바쁘다. 배달기사님도 플라스틱 통과 비닐봉지로 감싸져 있는 음식을 빠르게 배달하느라 또 바쁘다. 그래서 우리 집으로 배달기사님들을 자주 부르지 않는다.
커피를 좋아한다. 주로 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취미를 가졌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바이러스로 어쩔 수없이 집에서 드립백커피로 대신했고, 지금은 원두만 따로 직접 구입하여 그라인더로 갈아 모카포트나 커피핀으로 커피를 즐긴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 온기를 위해서라도 머그나 텀블러에 커피를 담는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역시 플라스틱컵에 빨대로 마시기보단 텀블러 안에 차가움을 유지하며 목구멍으로 넘긴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커피 향으로 일상의 행복을 지속하고자 착한 소비를 하는 공정무역 원두를 계속 찾아본다.
미니멀한 삶은 비닐봉지부터 여러 가지 쓰레기까지,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많은 쓰레기는 우리가 밟고 사는 땅 밑에서 썩어가고 위에서 산처럼 쌓여간다. 누구나 땅 위를 걷고 파란 하늘 아래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자연환경 속에서 숨 쉬는 일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연은 계속 변하고 있다. 스스로 변하기도 인위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누구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말을 꺼내기 전에 최소한 내가 먼저 주변 환경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보자. 나아가 작은 실천이 모이면 모일수록 무해한 삶은 이어진다.
'환경'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자세만으로도 지구입장에서는 꽤 행복할 듯하다. 지구에 관심을 갖고 꾸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진짜 훌륭한 실천이고, 물건을 사기 전에 정말 필요한 건지 한번 더 물어보는 습관도 아주 좋다.
나는 집안에서 나름의 행동하고 있다. 물티슈는 사지 않고 둥근 휴지나 주방휴지에 물을 소량 묻혀서 물티슈처럼 쓴다. 일회용 행주는 쓰지 않고 100% 면행주를 행주비누로 빨아서 깨끗하게 쓰고 햇볕에 종종 말리기도 한다. 설거지할 때 밥그릇에 주방세제와 물을 섞어놓고 수세미를 적셔가면서 그릇을 닦고, 헹굴 때는 수압이 세지 않게 물조절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음식을 가급적이면 남기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한다.
아이들의 작아진 옷 중에 깔끔한 옷은 가까운 친구 아이에게 물려주기도 하고, 지인으로부터 받은 중고옷이 있다면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깨끗하게 다시 입힌다. 낡은 옷은 다용도실 한쪽에 놓고 필요한 사이즈만큼 잘라서 청소도구로 재활용한다. 계절마다 집안에 적정온도를 설정하고 여름날의 에어컨과 선풍기, 겨울날의 난방기구와 보일러는 적당하게 사용한다. 춥도록 에어컨을, 덥도록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놓기보단 알맞은 옷차림으로 시원하고 따뜻하게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건강도 에너지 절약도 챙기는 일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작은 행동은 나로부터 시작하고 더불어 수많은 이들의 작은 행동이 모여질수록 그 힘은 커진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함께 지구를 지키는 지구인이 될래요?"
개인이 감동해서 진심을 밀어붙일 때 사회가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된다.
- 고금숙 <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